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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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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20-08-02

장마가 지고 상사화 꽃이 활짝 필쯔음 풋고추가 주렁주렁 달려 어릴적 옥이는 풋고추를 따서  풋 고추를 반으로고 갈라서 씨를 빼고 거기에 밀가루 를 뿌려서 맨손으로 버무려 잦아진 밥솥에 얹어 찌면 그걸 주걱으로 걷어서 파 마늘 간장을 넣고 마늘을 넣어서 버무려 먹었었다 옥이는 그럴때 뜨거운 고추를 맨손을로 만지고 버무려서 옥이 손은 벌겋게 달아 올라 밥을 먹을때쯤 은 옥이는 손을 후후 불며 밥 먹으랴 바쁘다
하지만 누구하나 옥이가 손이 달아 아파하는걸 전혀 모른다 동생들은 특히 모르고 아버지도 모르고 엄마는 알겠지만 굳이 알려 하지않는다
그 매운고추를 반으로 갈라서 씨를 뺄때 왼손으로 잡고 오른쪽 엄지 손톱으로 긁어서 씨를 빼고 다시 밥솥에 넣어서 익으면 꺼내서 또 맨손으로 버무리면 뜨겁고 맵고 손이 달쳐서 옥이는 찬물에 손을 넣었다 뺐다 반복하면서 밥상을 차린다
고등어는 귀한 반찬이라 정말 어쩌다 올라오는 생선이다
함석으로 되서 군데군데 녹슬어서 삭은 다라에 고등어 이면수 꽁치 등 다양한 생선을 세멘푸대 종이로 덮고 집집마다 다니는 아줌마가 오는날이면 옥이는 생선구경에도 행복하게 느껴진다
옥이 엄마는 한손으로 이것저것 골라보고 만져보고 하면서 그야말로 소비자의 왕이란 노릇을 하다가 많지도 않는 몇가지 생선에서 고등어나 이면수를 고른다 그러면 아줌마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굽신굽신 하고 생선을 펌프녹강에 가져도 놓고 가신다 그러면 옥이는 엄마가 시키는대로 고등어를 깨끗하게 씻어서 뒤란에 고등어 쌀 호박잎을따서 가져온다 그리곤 그 고등어를 호박잎에 정성스럽게 싸서 부엌에 가져다 놓는다 
파리가 안들어가게끔 호박잎이 잔잔한 가시가 나 있어서 파리가 덤비질 못한다 저녁이면 고등어를 한마리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굽는다  옥이는 세멘 부뚜막에 걸터앉아서 땀을 흘리면서 고등어를 뒤집고 뒤집고 반복하면서 연신 들여다보고 살점을 쪼금 띠먹어 보기도 한다 많이 띠 먹으면 옥이는 엄마한테 혼쭐이 난다
그렇게 고등어 대가리까지 누렇게 구어서 저녁 밥상에 올려 놓는다 그러면 옥이를 뺀 다섯식구들은 잔치상이다 옥이는 그런줄 알면서도 빨리 들어가 먹을수가 없다
숭늉도 만들어야 하고 뒷설거지도 대충하고 들어가면 고등어는 형태를 알아볼수 없고 대가리만 조금 남은 상태로 놓여있다 그정도면 식구들이 밥을 거의 다 먹은 상태이고 옥이가 가져온 숭늉을 먹는다 옥이는 늦게 앉아 고등어 대가리와 뼈와 뼈사이에 살점을 뜯어 먹는다
담백하고 고소하고 짭쪼름한것이 옥이는 먹을수 있다는것에 늘 만족해했다 그렇게 옥이 어릴적 저녁 밥상은 소소하게 지나가지만 옥이는 늘 마지막에 뼈까지 씹어먹는 고등어의 맛을 잊지 못한다
옥이는 그날 저녁도 맛있게 먹고 설겆이를 한다
빗 소리가 굵어지고 옥이 등어리는 마당에서 설겆이 하는탓에 흠뻑 젖는다 하지만 옥이는 아랑곳 않고 펌프질을 해서 설겆이를 하고 또 작은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아서 부엌으로 들어간다 
작은 옥이의 몸은 그 장맛철에 늘젖은 몸으로 여섯식구 밥을 해 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