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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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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


BY 귀부인 2020-06-17

내가 두바이에서 살때 시부모님께서 다녀가신 적이 있다 당시 아이들 놀이터에 손자들 데리고 나오신 시어머니를  어느 선배가,

"어머나어머님 연세가  60 넘으셨을텐데 세상에 어쩜 그런 눈을 갖고 계시지?   나이에도 저런 영롱한 눈빛을 가질   있나?  아주 맑고 초롱한 사슴 눈을 가지셨네!"

라고 감탄을  적이 있다.


지금이야  옛날과 달리살짝 처진  꺼풀에 가려져  예쁨이 빛을 잃었지만,  젊었을때 남편의 눈도 시어머니와  닮은 예쁜 눈을 갖고 있었다남편과의 짧은 연애시절커다란 잠자리 안경 너머로 또렷한 쌍꺼풀  눈에성냥개비  개씩이나 올려도  만큼 길고 짙은 그의  눈썹을 바라보며,

'이렇게 가까이서 서로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해 보지 않으면 남자가 이렇게 예쁘고게다가 청초하기까지  눈빛을 갖고 있다는  아무도 모를거야.' 

라고 생각하며 나보다  예쁘고 맑은 남편의 눈을  없이 바라본 적이 있다.

 

이제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같은 회사에 다녀서 얼굴이야 알고 있었지만정식으로 만난지 

  만에 청혼을 받고 덜컥결혼 약속을 한데는 아마도 남편의  눈이 크게  몫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남편의 눈이 시어머니 눈을  닮아서 였을까남편 집으로  인사를 갔을때 시어머니가 낯설지도어렵지도 않았다.


가만 돌아보니 지금껏 시어머니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은 적이  번도 없는  같다아마도  그건 결혼 이후 6개월만에 해외살이를 시작 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시어머니 성품상 며느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시는 분은 아니신까닭이기도 하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야 비록 국내에 있지 않더라도 전화를 통해서나아니면 1년에 한 번 방문하는 여름 휴가때 얼마든지 싫은 소리를 하실 수가 있으셨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도 이런 시어머님한테 고맙고 감사해서 한국을 방문할 때면  있는대로 시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아이들이 어렸을땐 아이들과 함께 시댁에만 머물다 출국한 적도 있다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자라서  이상 나랑 함께   없을때도 꿋꿋이 혼자서 시댁 방문을  년째 이어오고 있다.

 

가끔 친구들이 시댁에 혼자 내려가는 나를 두고,

"불편하게 어떻게 애들도 없이남편도 없이 시댁에 혼자 가니너도 너지만 시부모님들도  땜에 오히려 불편 하실지 몰라."

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사실 내가 비록  같은 며느리는 아니지만그렇다고 여우 같은 며느리도 못되기에 아이들이나남편없이 시부모님들과 몇날 며칠을 지낸다는것이 쉽지 만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댁을 찾는 것은본의 아니게  며느리로서 해야  많은 책임에서 벗어난 미안함 때문이다방문하는 계절에 따라 농사일도 거들고비록 시어머니께서 미리 만들어 놓은 반찬일 망정 정성스레 차려 드린다그러는것이  며느리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마음의 빚을 더는것 같아 스스로 위안을 삼음도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시어머님이 아무래도 치매 증상이 있는것 같다며 병원으로 모시고 가야겠다고 시동생이 전화를 가까이서 시부모님  챙기던 시동생이 처음으로 이젠 해외 생활 청산하고 한국으로 들어 오셔서 부모님 모시면 안되겠느냐고도 했다.

 

 주마다 안부 전화 드릴때 너무나 생생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셔서 전혀 이상한 낌새를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시동생의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연세가 있으시니 당연히 한 번쯤은 생각해 봤어야 하는데설마 하고 방심하고 있다가 몽둥이로 한 대 얻어 맞은듯 멍하다.

 

가끔 티브이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연로하신 부모님과 살기위해 시골로 내려와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그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왜냐면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마  결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음이 복잡하다남편은 여기서 일하라 두고 우선은 나라도 한국으로 들어가야 되는건 아닌지....아무튼 시어머니 병원 다녀오실때 까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다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