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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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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의 퇴직남 아내의 이야기


BY 귀부인 2019-09-18

흔히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내 친구들 한 사람, 한 사람 특징들을 가만 생각해보니 과연 그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반 백이 넘은 나이에 나에게 진짜 친구는 누구일까 손꼽아보니 겨우 한 손으로
세어 보기에 족한 숫자에 불과하다.

친구가 몇명 되지 않는데에 대해 굳이 변명을 하자면 30년 해외 생활이 가장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일,이년에 한번 한국에서 짧게는 2주, 길게는 한달을 머무르는 동안 시댁에서
맏며느리 역할도 해야하고,
친정 방문에다가,일년간 밀린 일들을 처리하다보면 지방에 사는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들과의 교류는 자연히 끊어지게 되었다.

내가 지금 친구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해외 생활 하다 만난 사람들이다.
한국을 방문하게 될때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꼭 만나는 사람들이다.
스페인에서,요르단에서, 모로코에서, 두바이에서 각각 만난 지역은 다른데
그 친구들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책읽는것 좋아하고 ,공부하고,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친구들이다.
해외에서 느긋한 생활 패턴에 안일하게 살다가 이 친구들을 만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아,이렇게 살아선 안되지하는 경각심이 든다고나 할까?

지난 8월에 만난 이 친구는 20여년전 스페인에서 만난 사람이다.
스페인에서 2년여 정도 함께 지내다 그 친구는 귀임한 남편을 따라 한국에 잠시 머물다
법인장으로 발령난 남편을 따라 네덜란드로 떠났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귀임한 후 친구의 남편이 그 어렵다는 기업의 꽃인 임원이 되어
사모님 소리를 듣고 있을때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런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해 여름 친구는 자기 집으로 나를 초대하여 따듯한 된장국에 부침개와,푸짐한 나물등
정성스런 집밥 한 상을 차려 주었다.
식사 후에 차 까지 마시고 기분 전환겸 잠시 쇼핑을 나왔다.
내 상황이 상황인지라 쇼핑이 도무지 신나지 않았지만,그래도 이옷 저옷 입어보게 되었는데
우연찮게 맞춘듯 잘 어울리는 자켓 하나를 입어보게 되었다.
가격을 보니 그때 내 형편에 선뜻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친구가 그 옷이 맘에 드느냐고 하면서 선뜻 그 옷을 사 주겠다며
지갑을 여는게 아닌가?
당황한 나는 마음만 받겠다며 한사코 옷을 사 주겠다는 친구의 뜻을 거절하고
가게를 나온 기억이 있다.

몇년 이후 내 남편이 스페인에서의 사업을 접고 요르단으로 오게 되고
친구의 남편은 퇴직을 하게 되었다.
간간이 연락을 주고 받으며, 또 간간이 그녀를 만나는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내 친구는 늘 공부를 하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약초 공부 ,동양 철학,각종 자격증 등등 이제는 각 분야에서
전문가를 능가하는 지식을 갖추고 있는듯 하다.

그런 내 친구가 이번에 책 한권을 냈다.제목은
'오늘,남편이 퇴직 했습니다.'이다.
몇년의 글쓰기 공부를 통해 드디어 나온 내 친구의 노력의 결과물인 책 한권을
교보문고에서 사서 둘이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시댁인 충남 서천으로 내려가는 새마을호 기차간에서 친구의 책을 단숨에 다 읽어 내려갔다.
단 숨에 읽었다는 이야기는 다시 말해 이 책이 한번 잡으면 놓지 못하게 할 정도로 몰입하여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잘 쓰여진 글이란 뜻이다.

퇴직 이후에 맞닥드리게 된 경제적인 문제에서부터 부부사이 관계,
다양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 하였는지에 대한 진솔한 경험담과,
또 준비없이 퇴직을 맞이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앞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의 궤도에 오른 사람으로서 주는 Tip까지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막연한 동경 내지는, 두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아니, 꼭 퇴직을 앞둔 40대 이후 사람만이 아니라 언젠가는 퇴직을 하게 될 젊은 사람들도
꼭 한 번은 읽어보고 작가인 내 친구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것도 참 좋을듯 하다.

주위에서 남편의 퇴직 이후 하루 종일 함께하는 시간이 익숙하지 못해 다투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이혼이나 외도 등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 내 친구는 남편이 퇴직 이후 과거 임원의 자리에서 내려와 현실로 적응하기 까지
몇년의 시간을 잘 기다려 주었다.

이젠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와 육체 노동을 하는 친구의 남편이
밤늦게 퇴근한 후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들이키고,
내 친구의 무릎을 베고 누우면, 친구가 부드럽게 머릿결을 쓰다듬어 줄때 가장 행복하다는
남편의 고백을 듣는 장면을 읽을때
아! 이 친구가 퇴직남 아내로서 힘들고 어려운 삶의 고비를 정말 지혜롭게
잘 헤쳐나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구의 퇴직남 아내로서 살아가는 이야기,친구의 말대로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하여 퇴직남 아내로서 살아가는 이야기 안에서 읽는 독자마다 상황에 맞게
지혜를 얻게 될 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친구의 책이 많은 사람에게 유익이되고 또 앞으로도 더 좋은 글로 많은 사람들에게
따듯한 위로와 삶의 지혜를 줄 수 있는 좋은 작가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