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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88

예쁘다.


BY 마가렛 2019-07-08

언제부턴가 중학생보다 초등학생이 더 무섭다는 세상이 되었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고 주위에서 보는 초등학생들은 순수하고 예쁜모습들이
자주 보이니 한두명이 하는 행동에 괜한 말을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성당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주임신부님과 보좌신부님의 영명축일이 있는 이번달이라서 함께 축일을 축하하고,
비빔밥을 준비해서 모든 신자들이 나누어 먹자고 신부님께서 자리를 마련하셨다.
2층에서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3층이나, 2층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았다.
남편은 오늘같이 더운 날에, 외식을 하자고 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성당에서
점심을 먹으니 자기가 점심을 산거란다.
내가 웃으며 잘 먹겠다고 했다.
6인석에 우리가 앉아 있으니 봉사자가 옆 테이블 앉으려는 학생들에게
우리와 함께 앉으라해서 그들과 함께 합석을 했다.
내 앞으로 세명의 학생과 내 옆에 한명의 중학생들이 앉았는데
난 그들을 스킨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자연스레 앞에 앉아있으니 호기심도 발동해서
그들의 행동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빔밥과 떡과 수박이 예쁘게 세팅이 되어 있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비빔밥을 비비는데 어쩜 하나같이 숟가락으로 밥을 비비고 있다.
나는 젓가락으로 수월하게 비비면서 한마디 건넸다.
"비빔밥은 젓가락으로 비비면 더 잘 비벼지는데..."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모두 젓가락으로 움직이며 밥을 비빈다.
그러면서 정말 잘 비벼진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고명과 계란후라이로 올라간 비빔밥은 각기 따로 흩어지더니 다시 모여
내입으로 한숟가락 들어가는데 맛이 깔끔하고 담백해서 얼가리와 먹으니
내입맛에 딱 맞다.

비빔밤만 먹는 옆의 학생에게 얼가리 김치도 건네며 맛있다고 하니
젓가락을 갖다 댄다.
남편은 건너편의 남학생과 함께 김치를 먹는데 남편의 손 놀림을 보더니
학생이 김치를 남편쪽으로 갖다 주는게다.
남편이 괜찮다며 너도 같이 먹자고 하니 베시시 웃는다.
이 모습도 예뻐보인다.

여드름이 듬성난 친구,
동그란 얼굴에 검정 안경을 쓴 친구,
갸름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쓴 친구,
스마트해 보이는 얼굴의 친구
모두가 순수하고 예의바르고 조금은 개구져보였다.
내가 옆에 있는 친구에게 방학이 언제냐고 물으니 다다음주 18일에 한단다.
시험기간이냐고 물으니 지난 주에 끝났다고 하면서 함박지게 웃는다.
너무 많은 걸 물으면 실례가 될 것 같아 가만히 들어보니
영화를 예매한 모양이다.
시험도 끝났으니 신나게 놀이를 문화생활을 즐겨야 되겠지.

남편이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참 착한 것 같다고 한다.
그러게... 요즘 중학생들 거친 애들도 많다던데 예의도 바르고 잘자랐네.
갑자기 부모가 어떤 부모인지 궁금하다.
중학생 때가 되면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성당에 다니다가도 안 다니는 아이들도
많은데 (우리 아들도 그랬다.)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인지 아니면 스스로 성당에 나오는 아이들인지 모르겠지만
잠깐 본 그들의 모습은 자유로웠다.

아파트 단지 앞길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즐겁게 대화하는 그 학생들의 모습이
초록과 어울려 더욱 상큼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