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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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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채


BY 그대향기 2019-01-04


어쩌다보니 우리는 한 울타리 안에 집이 두채가 되었다.

20평이 조금 넘는 본채와 17평이 조금 넘는 별채.

안채는 시어른들을 모시려고 지은 집이었고 별채는 보상받는 돈이 조금 있어서

조립식으로  펜션느낌이 나게 조그맣게 지었다.

연수원에 근무할 때는 시어른들이 사셨고 시어른들이 부산으로 이사가시면서는

세를 놓고 있다가  연수원을 그만두면서 우리가 들어와서 살게되었다.

안채는 주방이 딸린 관계로  안방마님인 내차지

별채는 남편만을 위한 남편만을 위한 남편의 집으로 꾸몄다.

거창하게 안채니 별채니 불리워져서 그렇지 아담하고 조촐한 집이다.

안채

조금 큰 안방 하나에 작은 방 하나 그에 딸린 베란다 하나  거실과 주방 욕실이 전부다.

현관은 두평정도? 별도로 지어져있다.


별채

큰 원룸형식이다.

현관은  집 밖으로 나와있고 여닫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미닫이 이중문이 있고  들어서면 가벽을 세운 커다란 방이 나온다.

침실과 거실공간을 가벽으로 나누었고 미니주방과 미니욕실이 딸려있다.

들판쪽으로 커다란 통창을 뒀고  그 앞에 침대.

거실용도에  장작난로도 뒀다.

남편이 직접 만든건데 엄청나게 따뜻하다.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보게  좀 큰 TV를 걸어놨고.

인쇄소를 차려도 좋을만큼 다양한 기계들 때문에 책상도 완전 대형이다.

물소가죽으로 된 길다란 6인용 쇼파와 스툴 하나.

내 손 안 빌리고 차 마시고 싶을 때 언제든지 차 끓여 마실 수 있도록 다기및 각국의 차 몇 가지

냉온수기와 미니 인덕션 하나

컴퓨터 한대

하얗고 칸이 여럿인 남편 속옷서랍장 그리고 세탁물 넣는 하얀 나무수납장 하나가

남편 방 그러니까 별채의 집기 전부다.

식사는 안채 내 집에서 같이하고 그 나머지 시간은 남편과 나 각자의 집에서 시간들을 보낸다.

각자의 생활공간이 구별되어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영화를 보든지 드라마를 보든지 채널싸움 할 필요도 없고

일찍 자고싶으면 일찍자고 늦게 자고 싶으면 늦게 자고 각자의 생활패턴에 전혀 지장이 없다.

애정이 식은 중년 부부의 데면데면한 장면이 아니다.

서로의 생활을 존중해 주고 가족적인 의논이나 상의 할 문제들은 식사시간에 다 한다.

식사를 마치고 현관에서 저녁인사를 하고 헤어지고  아침에는 먼저 일어난 사람이 카톡으로 안부를 전한다.

안채와 별채의 거리는 10미터 정도?

가장 좋은 것은 감기를 둘 다  같이 앓지 않아도 된다는거다.

지금 남편은 지독한 독감으로 열흘이 넘도록 고생 중이다.

20평 남짓한 안채에서 같이 살았더라면 감기균도 나누며 살았겠지만

따로 산 덕분에 매장을 내가 지킬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자영업자들은 하루 장사 안하면 바로 매상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매장을 닫기 힘들다.

영업은 주로 내 몫이기 때문에 나는 아프면 곤란하다.

남편은 몇시간씩 자리를 비워도  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매장을 지키고 있어야된다.

우리 부부 아직은 심각한 질병도 없고 둘 다 건강상 큰 문제가 없으니

따로 또 같이 사는 이 방식이 너무 편하다.

나이들면서  조금씩 실망스러워지는 모습들도 덜 보게되고 각자의 집에서(?)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눈치 볼 필요도 없고 공간싸움도 할 필요없이 자유롭다.


크고 웅장하거나 고급진 인테리어가 빼어나서 좋은게 아니다.

그냥 서로의 활동공간이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으니 좋은거다.

도시의 평수 넓은 아파트에 비하면  평수도 아니지만 단독주택  평수는 실 평수니 꽤 넓다.

마당과 텃밭 꽃밭은  옵션?ㅎㅎㅎ

최근에는 남편의 집 별채에서 보고싶은 영화도 검색해서 감상했다.

남편방 TV가 크고 화질이 끝내주니까.ㅋㅋㅋ

장작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

남편이 끓여다 준 달콤한 커피며 심심풀이 땅콩까지

뜨끈한 침대 위에서 반쯤 드러누워 쿠션에 몸을 맡기고

"어메이징 메리" 

정말정말 오랫만에  영화감상을 했다.

신정연휴기념으로 내친 김에 피아니스트 , 아이 엠 샘까지.

아이들도 안채와 별채가 구분지어 진게 만족스럽단다.

아빠한테 못 할 이야기들이 많은데 엄마 집에서 마음껏 수다를 떨어도 되니까.

우리 부부는 일단  식사시간 이 외에는 서로 할 일이 다르니 한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

식사시간 이외에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전화를 하거나 각자의 집에서 나와 상대편 집을 방문하는 식이다.

그 때 하천공사 때 보상 나온 돈으로 별채를 지은 건 신의 한수였음을 자부한다.

그것도 큰 원룸형식으로 지은게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오히려 매일 아침마다 늘 새 기분으로 굿모닝 인사로 만난다.

둘 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각자의 집에서 잘 살다가 험하지 않게 늙어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