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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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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입맛


BY 모란동백 2018-06-03

남편은 젊었을 적 고봉밥에 꼭 고기가 있어야하고

야채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국,찌개는 필수

결혼생활 내내 국 끓이는데 에너지를 다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굉장한 스트레스 였다

 

나는 달짝지근한 밑반찬류를 좋아하고

해물류를 좋아하는 반면에

육고기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입맛따라

삼겹살을 배우고 술을 배우다 보니

저녁 식탁은 술안주가 반찬이다.

좋은 면이 있긴하다 .

술안주류로 메인음식 해놓고 김치, 국만 있으면

저녁식사의 반찬으로 굿이었다.

 

그러던 남편이 요즘 술도 줄이고

아기자기한 반찬을 좋아하며

특히 상추쌈과 풋고추는 식탁 차림에서 빠지면 아니된다.

밥양도 많이 줄었다 .

집에서 거하게 차려먹는것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살짝 걱정이 되네...

 

우리 부부는 성당에 같이 다니다 보니 

토요미사를 선호하며 우리에게 유일한 낙이다. 

미사를 드리고 나면 딱 저녁때이다 

외식의 호강을 이때에 누리기도 한다.

 

어제는 미사를 드리고 외식을 하는데

어쩜 그렇게 먹을게 없는지...

수많은 맛집을 검색해도 싫다고 하고

좋아하던 고기도 싫다고 하고

중화요리는 더 싫다하고

해물류 특히 횟집으로 가자고 해도 거절

어쩌란 말이냐 ...?

사실 난 시원한 동태찌개가 무지 먹고 싶었지만 집에서 자주 해주었기에

그것도 거절

 

아 ~ 짜증이 밀려오며

남편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

미각을 잃어 입맛상실에 서글픔을 느낀다

둘다 나이 들어감에 한숨만 나온다. 

당기는 음식이 없다는 것은 늙어감이다.

 

점점 배는 고파오고 짜증지수 폭발...

당 떨어지는 느낌이 몸에서 느껴지며 머리가 아파온다.

아무거나 먹자고 했지만

남편은 아무 식당을 들어가지 않는다

 

고르고 또 골라 결국은 시원하고 얼큰한

해물동태찌개로 낙찰보고

소주 한 잔으로 짠짠해가며 늙어감에 아니 익어감에 감사를 느끼면서

 

정말 오랫만에

무지하게 오랫만에

남편의 애인이 되어 흥겨운

식사자리를 즐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