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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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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럴까?


BY 이루나 2018-02-20

나는 올해로  만 58세가 되었다.
오래 살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늙은 것도 같고 
안 늙은 것도 같고  늙지도 젊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끼리는  한창이라 하고 젊은이 들은
우리를 어머니라 부르면서 깍듯이 한다.

40대를 지나 50대를 거치는 동안 시어머니와 우리 엄마를
겪으면서 나이 먹은 사람들이 너무 싫었다.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잘못도 하고 착오도 생기는 건데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끝없이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그도 안 통하면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하며 어려운 세월을 견뎌온 피해자
라고 우긴다. 자식들이 " 우리를 위해 희생해 주세요 "라고
부탁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걸로 미안해하거나 죄인이
되기를 강요한다. 우리 엄마나 시엄마만 그랬을까?

다른 사람의 엄마나 아버지인 사람들은 어땠냐고?
과도하게 포장해서 자기를 미화 시키거나 내가 궁금해
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를 필요 이상 오래 한다.

오늘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을 이수한
올케를 위해 학위수여식을 보러 갔다. 조카와 우리 딸 내가
나란히 앉았는데 드디어 식이 시작되고 식순에 따라 애국가
제창 후에 학장님의 말씀이 있고 초대 인사로 8대학장이었고
교육감을 재직했다는 90세의 노인이 나왔다.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열성을 이야기하고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를 하더니 자신은 48년을 했는데 여러분들은 그냥
교사만 하면 그만큼은 못할 거라고 나처럼 교육감을 하면
몰라도라고 할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냥 웃었다.
이어서 내 나이가 90인데 사람들이 뭘 먹어서 건강하냐고
하는데 운동을 해서 관리를 하면 나처럼 된다.라고 하면서
테니스란 운동이 처음 나왔을 때 체육과 교수들한테 가르쳐
달라고 하니 싫어해서 혼자 벽에다 대고 연습을 했다.
그때 시작한 테니스를  지금까지 하고 있고 오늘 아침에도
하고 왔다. 그런 노력으로 올림픽 대표단장에 임명이 되었고
올림픽 대표단을 끌고 경기장을 갔는데 기자가 취재를 하러
와서 교육대 교수이신 분이 어떻게 올림픽 단장이 되었냐
묻길래 백 모 씨에게 물어보라 했는데 ,,,,,,,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지루하고 화가 났다. " 괜히 불렀어 " 혼잣말을 하는데
내 옆에 아줌마가 나를 쿡 찌른다. 쳐다보니 내 또래의 아줌마
인데 자기 휴대폰의 카톡을 보여 주면서 "우리 딸 졸업식에
왔어요 " 한다. 거기에 딸이 보낸 내용은 " 뭐래?"  "자기자랑
하는거야" " 진짜 언제까지 할 건데 " 웃음이 터져 나왔다.

"주최 측이 잘못 한 거지요 ".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던 노인이 올림픽 대표단을 이끌었던 이야기에서 혀가 꼬였다.
" 그래서 콘돔에서 4일을 자고 왔습니다". 순간 너무 웃겨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옆에 아줌마를 보면서 "들었어요 콘도를
콘돔에서 4일을 자고 왔다잖아요" 하는 내 말에 " 들었어요"
하더니 딸한테 "콘돔이란다 " 보내는 동시에 딸도 ㅋㅋ 콘돔
이래 하하 하하 하하  ,,,,, 처음 보는 아줌마랑 그렇게 웃어 보기도
처음이었다. 두 번째 축사가 이어지고 어수선한 틈을 타서
식장을 빠져나오면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자기의
이야기를 영웅담처럼 저렇게 길게 하는구나. 배웠다는 사람도
늙으면 저렇게 똑같이 되는 건가? 나는 정말 저러고 싶지
않은데 신이여 부디 저에겐 조금 다른 감성을 주시옵고
끝까지 분별력을 잃지 않는 이성을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