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녀 왔읍니다 "
라는 인사와 함께 딸 아이는 흔적을 남기고 다닙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차림 그대로 책 가방은 방 한가운데에 풀썩~
뱀 껍질을 벗듯이 옷은 여기저기...
물 한잔을 마셔도 컵은 마신자리 그곳에 그대로...
그럼에도 쉴새없이 아이는 먹어댑니다.
대충씻은 몸으로 냉장고의 문을 열어서는 치킨을 꺼냅니다.
전자렌지에 따끈히 데워서는 콜라와 함께 제 방으로 가져 갑니다.
컴퓨터를 키고는 좌판에 질질 흘려가며
치킨과 콜라를 맛나게 먹습니다.
책상위에는 온갖 허접스러운 것들이 올라앉아서는
아이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깁니다.
치킨도 콜라도 다 먹고나면
컴퓨터를 끕니다.
거실로 나와서는 테레비죤을 키고는...
요번엔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옵니다.
눈은 테레비죤으로 손은 열심히 아이스크림 그릇으로...
그렇게 그냥 둥그적 거립니다.
큰 통의 아이스크림이 바닥을 보이면 아이는 부시시 일어납니다.
큰 방으로 들어가서는 소쿠리에 하나가득 귤과 사과를 담아옵니다.
그리곤 다시금 입속으로 바쁩니다.
부스러기가 떨어져도.. 껍질이 여기저기에 있어도. 아이는 주어 담지를 않습니다.
부지런히 나는 그 아이의 뒤를 쫓아다녀가며 아이의 흔적을 지웁니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소리를 꽥! 하고는 지릅니다.
" 도데체 이게 뭐니? "
" 이따가 한꺼번에 치울께 "
그럼 이따가 한꺼번에 치우느냐고요?
흥! 천만에요.
절대로 딸 아이는 치우는 법이 없읍니다.
잔소리에도 지칩니다.
귤도, 사과도 어느정도는 다 먹엇나 봅니다.
그냥 그자리에 고스란히 남겨두고는 또 다시 주방으로 갑니다.
저녁에 먹으려 준비해놓은 반찬인 김 을 갖고 옵니다.
그 기름 묻은 김을... 바스락 거리며 모두 입 속으로 가져 갑니다.
나...미칩니다.
무슨 아이가 저리도 먹을까? 싶습니다.
자동으로 눈이 흘겨 집니다.
한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참클때라고는 하여도... 심하다 싶습니다.
지가 어질러 놓고는 지저분 한것은 아는지
요리조리 피해다녀가며 어질르기에 바쁩니다.
김도...다 먹었나 봅니다.
부시럭 거리며 서랍장을 엽니다.
이곳저곳을 뒤적이더니 자일리톨 껌을 발견합니다.
8 개 들은 한통을... 순식간에 먹어버립니다.
참 대단한 내 딸 아이 입니다.
그렇게 먹고도 저녁은 무지 재촉 합니다.
" 엄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
천연덕 스럽게 내게 묻습니다.
" 그렇게 먹고도 또 먹는 타령이니? "
흘겨보는 눈으로 난 묻습니다.
" 내가 뭘 먹었다고 그래? 반찬 없으면 라면이나 한개 끓여줘 "
라면을 끓여다가 딸 아이 앞에 바칩니다.
한개의 라면을 다 먹고는 밥 한공기를 국물에 말아버립니다.
" 너, 그게 다 뱃속으로 들어가니? "
" 그럼. "
" 염치도 좋다. 네 뱃속에서 욕하겠다. 쉴새없이 그렇게 밀어넣으니.. "
아이는 들은 시늉도 않고는 라면 한개와 밥 한공기를 뚝~ 딱 해 치웁니다.
그 다음...
이곳저곳에 눈을 돌린후 보이는 대로 과자니 껌이니를
쉴사이 없이 입에 넣습니다.
하긴...
초등 6 년의 몸이 60 키로가 나가니 어쩝니까?
그 몸무게를 유지하려면 먹어야는 되는데...
하루 왼종일을 쉴 사이 없이 먹는 아이가 때론 안 예뻐 보입니다.
조금은 미련도 스럽습니다.
전혀 꼼지작 거리는것을 싫어합니다.
내가 몸이라도 아파서 밥을 못 주면... 그냥 굶습니다.
귀찬타고요.
맞는옷이 없다고 투정부리고... 왜 날 이렇게 뚱뚱하게 낳았느냐고
포악또한 떨면서 먹는것에의 미련은 못 버립니다.
아침식사때에는 저녁 식사메뉴부터 묻고... 저녁엔 또 다음날 아침반찬을 묻습니다.
과장 하자면 먹는거에 목숨거는 녀석 같습니다.
그러며 돌아다닌 흔적은 꼭 남기고 다니니...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안 아픈게 자식이라고는 하여도.
아이의 이런 모습들이 너무도 안 예뻐보입니다.
오늘 아침도 하루밖에 입지않은 옷을 한 보따리 세탁기에 넣고 갑니다.
손빨래거리도 제법 되는데... 관절로인해 마디마디가 다 아프다보니
야속합니다.
" 네 빨래는 네가 해 입어 "
소리를 빽! 하고 질렀더니...뭐라는줄 아십니까?
" 나, 그렇게는 못하지. 엄마 이다음에 늙으면 그때는 내가다 할께 "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세탁기에 돌아가는 빨래거리와 아이의 책상을 정리하다보니
아이의 흉을 오늘은 많이 보았읍니다.
정말로... 이 엄마가 늙으면 그땐, 아이가 다 할까요?
아마도 그땐 또 나름대로의 이유로 뺀질뺀질...빠져 나가겠지요.
그나저나 오늘 저녁 반찬은 녀석에게 무얼 해 줘야하나...
지금부터가 고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