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같은 비가 대지를 적셨다
이른 새벽 정원에서서 검은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겨울 눈물을 바라보았다.
모든것을 벗어버리고 허허로운 몸으로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당당히 선 정원의 나무들.
갸녀린 잎사귀를 봄이되먼 그 두꺼운 가지 사이에서 앙증맞게 내밀어 온 여름 햇살을 당당히 맞으며 녹색을 자랑하다 차가운 가을 바람에 훌훌 아무 미련없이 잎들을 보내고 이젠 나신으로 겨울을 맞이하는 나무들.
이런 나무를 보고있노라면 치열한 우리 인생을 생각하게된다.
여리디 여린 몸으로 세상에 나와서 치열하게 살다가 가야할 시기를 알고 겸허히 맞이하는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닮아있다
하지만 정원 한편의 단풍나무를 보노라면 참으로 심란함을 느끼게된다 가을날을 붉게 물들이며 장렬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것까진 참으로 좋은데..
다른 나무들이 앞을 모두 떨군 지금도 죽은 나뭇잎을 끌어안고 그렇게 서있다
생명력을 상실한 빛바랜 이파리들
파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면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그 이파리 하나도 내어놓기 싫어서 안달을 한다
가진것을 내어놓기 싫어하는 욕심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인생을 허둥대며 아우성치며 발버둥치면서 하나라도 놓칠수 없다고 애쓰는 내모습
보내야할것은 보내고 놓아줄것은 놓아야 하는데 순리를 거스르면서도 모든것을 내 곁에 두고 싶어하는 슬픈 인생
단풍나무는 그런 슬픈 내 인생을 닮은것 같다.
봄이 되어 새 잎이 나와야지만 죽은 잎새를 그제서야 마지못해 내어놓는 그 욕심
단풍나무를 올려다보노라면 이렇게 살면 안될거야하는 그런 자숙을 하게된다
참으로 자연의 위대함이란것이..........
그렇게 나무 하나하나에서도 인생을 비춰볼수 있다는것
말없이 서 있는 그 모습속에서도 아둥바둥하는 우리네 모습을 비춰보게한다
어떤 나무의 모습으로 살아야하나?
사시사철 변함없는 푸르름?
때가되면 보낼줄 알고 벌거벗은 마음으로 모든것을 수용할줄 아는 겸허함?
지금 나의 모습은?
스트레스로 미쳐버려 잎도 못떨구면서 열매도 맺지못하고 흉물스럽게 정원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대추나무?
무용지물이 된 이파리 하나도 버리지 못해 겨우내 달고서 슬픈 울음을 우는 단풍나무?
나는 과연 어떤 나무일까?
앞으로 어떤 나무처럼 남은 생을 살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