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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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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는 마누라의 악처 일기 - 7 (보신각 종은 왜? -상)


BY 곰네 2001-11-30

나름대로 신년에 있었던 재미있는 일이 있어서 올려봅니담.
너무 길어서 2개로 쪼갰습니담^^
몇해 전엔가 있었던 일 같습니다.
지금도 그일을 생각하면 킥킥 웃음이 나오지만
사실 뭐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ㅎㅎㅎ

참고로 저는 대학때 써클생활을 열씸히 했습니다.
덕분에 동기들이랑 무진 친해요 지금도. ^^
동기들이 학교 다닐때
"니들 제발 좀 나오지 마라 !!!" 해도 꾸역꾸역 나와요. 증말.
맨날 맨날 만나니깐 엄청 귀찮기도 하고 (동기들 미팅하는데 따라가서 파토도 무진 많이 냈습니담 히히히)
한편으론 동기들 끼리 허물없이 친한 것에
일종에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더랍니다.
근데 졸업하고 남자애들은 군대 혹은 방위 가고
취직하고 서로 바쁘다고 만나지 못한지가 꽤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그해는 어찌어찌 연락이 되서
12월 31일날 동기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중대한 거사에 안갈 수 없죠. 제가^^
남편한테는 안마에 애교에 협박에
갖은 작전을 다 써서 이미 허락을 받았고.
(뭔 애교냐구요? 하하하. 저도 애교도 부린답니담. ^^;;)

동기모임 1차는 YMCA 뒤편 쏘주집에서 했습니다.
아시죠? 제가 술을 무진 조아하걸랑요.
참고로 우리 동기들도 그렇구요. ㅎㅎㅎㅎ
한 친구가 쏘주집에서 이러는 겁니담.
"야 야 오늘 니네들 집에 갈 생각 하지마!!! 알았쥐?"
"가는 애들은 동기에서 제외시킨다 어!!"
그러자 또 한 친구가
"야 당근이쥐!! 이왕 온 김에 12시에 보신각에 가서 종소리도 듣고.
우리 걍 내년에 집에 가는거야!!!!! "
그러는 겁니담.
'아니 쫘식들 지들은 쏠로라고 ...'
(참고로 저만 아줌마였고 나머지 동기들은 처녀 총각들이었다나요 ㅎㅎㅎㅎ)
그래도 저는 속으로 찜찜했지만 호탕한 척 하면서
"푸하하하 그래 까짓껏 그러지머"
그러고는 소변을 빙자해서 슬그머니 나와서 남편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술을 먹어서 약간 혀가 꼬이지만 안그런 척하면서
"ㅇㅇ씨 나야~~" <---벌써 약간 맛이 갔어요 ㅎㅎㅎ
"어. 어디야?"
"으응~ 나 친구들이랑 있어"
"어? 아직도? 너 술 많이 먹었어?"
쨔식 눈치도 빨라.^^
"아냐 아냐 술은 뭐. 쪼금밖에 안 먹었어."
"알았써어. 지금 올꺼지??"
"어... 근데 있잖아~~
나~~~ 오늘 보신각 종소리 듣고 간다. 그래도 돼??"
(참고로 남편은 그 당시 백수...^^;;)
"야!! 빨리와서 나랑 제야의 종소리 들어야쥐!!!"
"야아아아~~ 맨날 그러는 것도 아니고...
쫌~~~ 오늘만 응?" (<----애교 엄청 으으윽...저 자신도 제가 가증 스럽다니깐요. ^^;;)
"야 그래도 너무한다 너... 오늘 같은날..."
"그러니깐 부탁하잖아~~ 애들이 너 집에서 화 난다고 얼릉 들어가라고 그러는데.... (<---입술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 ㅋㅋㅋ)
너무 자존심 상하잖아.
너 그런거쯤 이해해주는 남자라고 괜찮다고.
우리 남편은 그렇케 쪼잔한 사람이 아니라고오. 그랬거드은~~"
"그래도... 글치....... 아 그래 그래 알았써 알았써. (히히히 칭찬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유부남....^^)
그대신 술 너무 많이 먹지마아!!!
그리고 택시 타고 오고... 알았지?"
"미안해. 내가 되도록 빨리 갈께.
고마워. 싸랑해 등등 갖은 아부..."
히히히 성공이다
그리하여 친구들과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준비 완료^^

마음도 가볍게 자리로 돌아와서
"야 니들!!!!! 나 유부년거 다 알쥐? 알쥐? 야!!! 너 강 언년!!
너 나 유부년거 알쥐?"<----벌써 술이 올랐다니깐요^^;;
"아 그래 알아알아!!" <----친구의 말
"야 너 김 개똥 너두 알쥐 나 유부년거!!"
"그래 알아 알아"<---친구의 말
"나 오늘 집에 안가! 내년에 간다.
니들 남편있어?
시부모있어?
없지. 없지.
가는 것들은 다 ??어!!!!"
자신있제 큰소리를 쳤습니담. 기분 째졌습니담.^^

1차로 코 삐뚤어지게 쏘주를 마시고
종로로 나와서 2차를 했습니다. 맥주로...^^
동기들이랑 진탕 마시고 나오는데
시계를 보니 아직도 10시 30분 밖에 안되었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가기로 했습니담.
"커피 1시간 마시고 술좀 깨서 30분 전에 종각에 가는거다 알았쥐?"
"그래그래" 전원 OK.
그래서 종각에서 가까운 1층 커피숍에 앉았습니다.

커피숍 전면이 유리라서 거리도 보이고 분위기도 좋더라구요.
깔끔하니.
창가에 동기들이랑 주우욱~~ 앉아서 커피를 시켜 마시는데.
다들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셔서 그런지
1시간 동안 기다리는게 왜 그리 힘든지...
다들 창가에서 혹자는 졸고
혹자는 자고 그랬지 뭡니까. 쪽 팔려라...
(나중에 생각해보니 전면 유리창이니
밖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쳐다봤겠습니꺄..
게다가 12월 31일날 종로에 무진장 사람들 많은 거 아시죠?
그래도 그때는 창피한 줄도 몰랐어요.
침흘리고 자느라고 ㅋㅋㅋ )

근데 한참 자고 있는데 누가 막 깨우는 겁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