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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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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가 되고 싶었던 날에...


BY wynyungsoo 2001-11-27

오늘나는, 오기로 집을 비울 생각을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쓸어내린다. 우린 몇 일 전 부터 냉전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별 문제걸이도 아닌가 싶은데 왜 이렇게 섭섭하고 심통이 났었는지 잘 모르겠다. 반쪽의 병간호를 하며 수발을 드는 입장에서 한 공간에서 입을 봉하고 지내려니 그 또한 형벌이 아닐 수 없다.

해서나는 일찍암치 집을 나서기로 결심하고는 청바지에 자주색 점퍼와 채크색 목도리를 목을감싸 휘휘두르고 미리준비해 두었던 배낭을 한쪽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섰다. 마침 반쪽은 목욕을 가고 없는지라 때는 이 때다 싶어 '좀 늦을지도 모른다.'는 메모만 달랑 남기고 빠른 걸음으로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걸으면서 생각하니 아니! 이 베낭을 왜?! 메고나온거지?! 생각하니 그냥 픽 하고 헛웃움이 터졌다.

터미널에 도착해서는 우리집 방향과 반대되는 쪽으로 향하는 버스에 무조건 몸을실었다. 차창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후 유!!하고 긴 한숨이 내 숴지면서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버스는 이내 움직이기 시작하여 터미널을 미끄러지듯이 유유히 빠져서 한적한 시골기로 접어들기 시작하는데 벼란간 목이메이며 울컥울컥 눈물이 마구 솟구쳐서 주채할 수가 없었다.

도로가 한산하고 교통채쯩이 없어서인지 버스는 속력을 내며 달리고 차창 밖으로 휙휙 지나치는 앙상한 몰골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왜 그렇게 서글픈 생각이 들던지!! 울컥~ 목이메이며 눈물이 더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창쪽으로 돌려 태연한 척을 하려해도 더 울음이 복받치면서 어깨가 들먹거릴 정도로 흐느끼게되여 손수건을 아예 코에다 대고 콧물 눈물을 찍어내기에 바빴다.

이상하다. 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면 마냥 홀가분하고 신바람이 날줄 알았는데, 의외로 몸은 집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데도 내심은 자꾸 집으로 향하면서 빈 집에 들어서면서 저윽이 놀랄 반쪽의 모습이 어리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나도 팔자소관 인가보다. 집은 빠져나올 때만 해도 그래! 오늘 수 시간을 혼자 지내면서 마누라의 소중함을 좀 깨닳아 보라지잉 뭐!? 하면서 의기도 양양하게 발걸음에 힘을 주며 나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집 비운지가 몇 시간이나 되었다고...그새...

에이 잊어버리자. '이봐? 수도꼭지? 너 지금 뭐하고 있는거닝?' 하고 자신의 몰골을 느껴본다. 내가 눈물 콧물 짤 일이 뭐있엉!? 하고는 마음을 가다듬고 얼른 얼굴을 매만지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운전대 앞으로 갔다. 그냥 내려서 좀 걸을 요량으로 차를 좀 세워 줄 것을 요구했다. 운전기사의 말인 즉, 직행버스라 주 정차 장소를 위반하면 딱지를 뗀다며 일말에 거절을 한다.

'할수없지!' 하곤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서 있는데, 내 꼴이 안 ?榮平?기사는 그럼 여기서라도 내리라고 한다. 나는 애초부터 행선지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고맙습니다.' 하곤 얼른 내렸다. 버스는 부 웅하고 찬바람을 남기고는 꽁무니를 빼고 나는 도로변을 내려서서 논둑 길을 따라서 그냥 하늘도 한번 쳐다보고, 또 좌 우도 살피면서 두리번거리면 걸어가는데 결실을 수확한 들판은 황막하기하그 그지없으니 더 맘이 시려서 계속 걸어가는데, 저 만치서 조류의 지저귐이 고막을 파고든다.

해서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키가 구척같은 앙상한 버드나무 맨 위 상수리에서 까치 한 마리가 외롭게 앉아 무엇을 갈구하는듯 까악~ 까악하며 울어대고 있었다. 나는 내심 까치와 무언의 대로 '이봐요? 그대도 반쪽하고 싸우고 피접나온 길이니잉?' 하고 외롭게 앉아있는 까치를 바라보고 걸어가는데, 더 더욱 슬픔이 밀려들어 눈물이 앞을가려 논두렁 한 가운데 그냥 쪼그리고 앉아서 손끝으로 땅바닥을 북북긋고 있는데 불현듯 엄마 생각이나며 멈췄던 눈물이 또 더 쏟아지기 시작해서...

허공에대고 '엄마~! 나 이 서방하고 싸웠어요. 근데엄마!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닌것 같은데 왜 이렇게 괜히 심통이 자꾸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이러다가 나 이 서방이 싫어질까봐 너무너무 겁이나요 오! 엄마 나 지금 어딘지도 모르는 논가운데 앉아 있는데에 너무 추워서어 시베리아 벌판에 떨어진 느낌야 아!' 아유 추워라! 가디간이라도 하나더 껴입고 또 두꺼운 모자를 쓰고나올 껄! 하며, 콧물 눈물로 범벅이된 몰골로 상상의 나래를 펴며 애써서 꿈 속에서도 그리던 엄마를 떠올리며 자문 자답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까치도 슬퍼하리만치 그냥 통곡으로 드넓은 평야에서 고래고래 꺼이꺼이 서러움을 토해냈다.

얼마를 울었을까 울다가 일어나려니 다리오금이 져리며 감각이 무디다. 해서 오금을 폈다가 오그렸다가 반복을 하면서 또 콧 잔등에 침도 세번 바르면서 계속 움직이며 화가 난 다리를 달래면서 그냥 무작정 논둑 길을 또 걸었다. 코끝과 양볼이 찬바람에 얼얼하도록 시려오는데도 게이치 않고 계속 발믐발믐 걷다보니, 저 만치에서 현대 건물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한적한 시골에 세련된 건물로 보아하니, 러브호텔인가? 사랑온돌인가? 하는 건물인가 싶었다.

계속 한기가 몹씨 느껴지는데도 그 건물이 반갑지가 않고 그냥 건물이구나! 싶은게 시야에 들어오는 물체들이 관심 밖으로 무시되곤 했다. 그러면서 가다 가다보니 전답 귀퉁이에 검으스레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해서 다가가서 보니 무밭이었다. 아직 작은 무들이 듬성듬성 그대로 박혀있고 칼로 잘라낸 싱싱한 무청 대가리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무즙에서 금방 다듬어간 흔적을 엿볼수 있었다. 아마도 후미진 귀퉁이를 돌면 바로 人家 가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이 싱싱한 무청을 좀 샀으면 좋겠는데, 밭 주인 댁이 어딜까! 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두리번~ 거리는데, 저 편에서 룰루랄라♪~ 하면서 경운기가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냥 반동으로 경운기 쪽으로 뛰어가면서... '저기여 어?! 여보세요 오?!' 하면서 오른 손을 들어 흔들어 대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경운기에 점잖게 앉은 남정네를 불러 세웠다. 경운기 기사님은 아주 건장해보이는 아저씨셨다.

룰루랄라하며 가던 길을 멈춘 아저씨는 나를 보더니 의아 해하며 아니 웬 아짐씨가 남의 무밭 한 가운데 서 있능겨엉!? 하는 표정으로 나를 물끄럼이 쳐다보신다. 해서나는 '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보내곤 저 있잖아요 오? 저기 저 무 밭에 있는 무청이 필요한데요!? 누구한테 사면 되는 겁니까요?' 하고 물으니 자기네 무 밭인데 필요하면 월매든지 가져가란다. 나는 '아유 그래도 요오, 얼마 만 이라도 무 청값을'...하면서 말 꼬리를 흐리고 서 있는데, 아저씨께서는 눈치가 참 비범한 분 인것 같다.

내 쪽에서 교통 편을 묻지도 않았는데, 조금 있으면 직행버스가 지나갈 거라며 손을 들면 세워준다고 하시며, '지 시방, 냉큼, 읍내 잔치집에 가는 길'이라면서 바쁜듯이 경운기 엑셀을 냅다 밟아대더니 쏜살같이 띨~~~ 하곤 사라진다. 나는 생각을 한다. 아! 그래서 아저씨께서 정장 차림을 하셨구나 아! 하고 생각하니 그냥 픽 하고 웃음이 나온다. 왜냐하면 아저씨의 정장 차림은 넥타이가 너무 튀는 미소인지라 좀 언바란스 하면서도 시골 아저씨의 멋 치고는 애교가 만점으로 다가와서 경운기 소리가 멀어지도록 계속 그 쪽으로 신경이 쓰이곤 했다.

그래서 그렇게 희색이 만면하여 룰루랄라 ♪~ 하셨구나 앙,^^*

나는 이걸 어쩐다.! 하면서도...아휴! 이 칼슘이 월매양!^^* 암튼, 우선 무청들을 속 고겡이로만 다듬어 놓고보자! 하고는 손이 시려운줄도 모르고 그냥 달겨들어서 한 참을 다듬어서 무청들을 깨끗하게 골라놓다보니 수북한 무청들이 나를보곤 '이봐용? 아짐씨! 아휴 이젱고만 골라유웅?' 하는 것 같이 보였다.^^* 사실 진 녹색의 무청은 우리 갱년기 주부들의 최대 적인 골다공증에 필요한 칼슘의 함유량이 이 무청에서 젤 높게 측정이 되었다고 하지않았는가! 해서...나는,

그렇치 않아도 지난 장날에 농작물 공판장엘 들렸더니 올해에는 무청이 귀해서 높은 값에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당신이 먹으려고 조금 둔 것을 주는거라며 단골가계 아주머님께서 주신것 만 조금 들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을 했었다. 아니, 김장값은 그렇게 헐 한데 무청값은 비싸다니! 이해가 안갔다. 그런데 오늘 이게 웬 떡이양^^* 반쪽하고 싸우길 참 잘 했잖앙^^* 헌데 큰일이다. 요즘은 해가 노루꼬리 만치 짧아 졌으니 벌써 서산에서는 햇님이 ' 이봐용? 나 조금후면 뚝 떨어질거니?? 어서어서 서둘르슈웅? 하곤 미소짖는 것 같아 더 좌불아석이었다.

무청을 정리하는데 가끔씩 휙휙 지나가는 승용차 들의 질주의 소리는 마치 굉음같이 고막을 파고들어서 이 한적한 곳에 혼자 있으려니 무서운 생각까지 들며 빨리 직행버스가 왔으면 하는 생각에 조급해지며 더 불안하고 안달이났다. 그래도 마음을 다져먹고 골라놓은 무청들을 끈으로 아주 단단하게 세 묶음을 만들어서, 하나 씩 들어다가 도로 갓길에 갖다놓고는 어지렵혀진 무 밭에 쓰레기들을 한 곳으로 모아서 쌓아놓고 차도로 나오는데, 그제서야 몸이 덜덜떨리는 것이 느껴지며 얼마나 추운지 턱 관절까지 탁탁 맞 닿으며 심신에 한기가 돌아서 베낭을 추켜서 다시메고는 팔장을 꼬 옥끼고 두 다리를 동동거리며 서서 콧물을 훌쩍거리며 기다리는데...

왜 그렇게 생리현상의 소식은 자주오는지!...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둘러봐도 들고다니는 뒷깐(이동식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해서 양 쪽 허벅지에 힘을 가하며 항문조이기 운동으로 일관하면서 꼭꼭 입을 악물고 참고서서 기다리는데...

반대 편에서 차 소리가 난다. 얼른 귀를 쫑긋세우고 소리나는 방향을 쳐다보니 아니글세, 아침에 이 심통을 실어다 준 그 버스였다. 해서나는 굿에 간 엄마가 돌아온 것처럼 반가운 마음에, '어머~ 아저씨~이?' 하며 깡충깡충 뛰면서 그냥 도로 중앙으로 들어서서 두 손을 번쩍들어 휘휘저으며 세워 줄것을 애원했다. 사실 그 곳은 주 정차 위반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과는 나중의 문제이니! 미인계를 써서라도 우선 올라타고 보자는 심산으로 재롱과 호들갑을 떨며 버스에 무난히 내 칼슘인 무청과 납죽 올라탔다.

나는 입 언저리가 꽁꽁얼어서 말의 억양도 마치 반 농아가 된 상태로 차에 오르면서 '아 저 씨 이 정 말 고 맙 습 니 다 아?!' 하고는 얼른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엔 여기에서 더 행운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긴 한숨이 몰아셔지며 그 때서야 긴장이 풀렸던지 몸이 마구 와들거리며 떨리다 못해서 경련까지 이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었다. 아 정말 너무~ 추웠었다. 그 와중에도 고맙게 생각이드는 것은 그 무청 다발들을 기사 아저씨께서 몽땅 들어서 차에 올려주셨기 때문에 내심 감사해 하면서도 몸은 마구 떨려왔다.

그래서 나는 오기를 부리던 그 날에, 스스로 미아가 되 보자고 자초하던 그 날에, 하마터면 이름도 모르는 시골 논 둑 중앙에서 동태가 되어 미아 허수아비가 될 뻔 한 것을 극적으로 구해주신 그 직행버스 운전기사 분에게 깊은 감사를 올리며, 늘 안전운전으로 무사고 운행을 비는 마음으로 합장하며 빌고 또 빌어 드렸다.

몸이 거의 녹을 무렵에 직행버스는 우리집 지척인 터미널에 도착했다. 나는 고마운 기사님께 정중하게 감사했습니다.로 인사를 올리곤 애교스럽게 미소를 보내고 차에서 칼슘을 부등켜안고 내렸다. 그리곤 집에 전화를 넣어 터미널 임을 알렸다. 올 겨울은 건조하고 지루한 한파가 올 예견이라는 기상정보의 예시를, 난 미리 혹한을 가불한 셈이되었음에! 그래도 온종일 오줌을 지릴정도로 덜덜덜 떨었지만, 나만의 새로운 체험을 포용했음이니!...

..좋은 일에나, 나쁜 일에나, 희비의 엇갈림에서도 내 반쪽은 이 심통에게는 더 없은 동반자라는 것 임에 영원히~ 포용할 것 이라고...^^*

원화윤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