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앞에서 큰아이와 작은아이 둘이서 옥신각신하는 소리에 또 그러나 보다 하고 컴앞에 앉아있었다. '퍽'하는 소리에 '으앙' 그리고 와장창. 일은 크게 벌어져있었다. 둘이싸우다 큰아이가 동생을 때리고 분을 못참은 작은아이는 냉장고문을 열어서 확 뒤로 젖혀 드디어 냉장고문이 뚝 떨어지고 달걀들은 모두... 열거하지 않아도 다음일은 상상이 될줄로 안다. 황당해서 기가 막혀 말조차 하지못하고 있는데 놀란 남편 임시로 냉동실문을 드라이버로 뜯고 겨우겨우 맞추기는 했지만 조금만 세게 여닫으면 다시 떨어질 기세다.
한바탕 야단은 쳤지만 32개월된 우리 둘째아들 뭘 잘못했는지조차도
관심이 없다. 그저 고장난 냉장고가 신기할뿐....
큰아들을 키울때, 너무 순하고 젊잖아서 남자아이 키우는 것도 별것 아니네 하면서 두살터울로 겁없이 낳았지만 모두 나의 착각이었다.
걸어다니면서부터 비디오속에 화분에 있는 돌넣기, 전기밥솥 밀어서 뚜껑 박살내기, 손잡이 달린 문이란 문은 모조리 볼트빼서 입에넣고 오물오물, 거기에 플라스틱 컵도 다 현관에 던져서 깨뜨렸다.
전화기 두대 아작, 세번째 샀는데 사자마자 안테나 똑 분지르기.
쇼파 등받이까지 다 찢어서 걸레만들고 얼마전까지는 온 식구들 다깨물고 다녀서 공포증까지 생길지경이었다.
아뭏든 이아이가 저지른 일들을 다 올리자니 저녘잠 많은 나로서는 자신이 없을 정도다.
지난 여름에는 손을잡고 인도를 걷다가 순식간에 왕복 8차선 차도를 거의 반까지 뛰어가서 심장을 쓸어내린일도 있었다.
힘은 천하장사라 첫돌 지나면서부터 1.5리터 콜라병을 양손에 하나씩 번쩍들고 뛰고....
너무 힘이들어서 야단도 쳐보지만 어쩌랴. 피는 못속이는 것을...
큰아이는 아빠닮아서 침착하고 꼼꼼하고 깐깐하고,
결국은 나를 닮았다는 얘기인데...
할말이 없다.
지난 설날 아침부터 시댁 마당에서 미끄러져 천당갈뻔했고,
내손에 닿는 그릇은 왜그렇게 잘깨지는지... 숙주나물 삶으라는 시어머니 말씀에 물도 붓지 않고서 가스켰다가 다 태워먹고(명절날 아침)
지금도 내 다리는 멍투성이다. 앞을 재대로 안보기때문에 항상 부딪힌다. 물론 어려서부터 내 다리는 성할날이 없었다.
외모만 봐서는 짐작조차도 못하는 내성격에 친정엄마는 오늘도 혀를 차고 가셨다. 쯧쯧...
그래 어쩌랴 나를 닮은 내자식인데... 내가 거두고 살아야지...
애교 많은 성격은 나를 닮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도 남편은 뒤에서 중얼거린다.
"납작한 엉덩이까지 닮아가지고서는... 아이고 내가 맥가이버냐?
둘이서 박살내면 맨날 고치러 다니게. 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