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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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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이


BY jusagi 2001-11-27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는거 아니야...
내가 몇 번이나 양말 뒤집어 놓지 말라고 했잖어..
오빠도 한 번 맨날 냄새 나는 양말 다시 뒤집어 보라구.."
이 정도는 정말 기본인 우리 신랑이다....
우리집은 빨래통(세탁을 해야 하는 빨래를 모아놓는 통)이 다용도실에 있어서 슬리퍼를 신고 문을 열고 나가야만 벗은 빨래를 넣을 수가 있다. 처음에 새 아파트로 이사와서는 한 두세번 정도는 슬리퍼를 신고 나가서 빨래통에 얌전히 넣고 오길래 정말이지 아 새집에 오니까 사람이 달라지는 구나 했었다. 하지만 그럼 그렇지...
며칠 후부터 우리 신랑의 농구는 시작됐다. 부엌에 조그만 창문이 하나 있는데 어떻게 또 그 아래 우연치 않게 빨래통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 우리 신랑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부엌에서 조그만 창을 통해 양말을 골인시키기 시작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날인가 부터는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다용도실 앞에다 양말을 가져다 놓았다....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귀찮아서인지 거실에 앉은 채로 다용도실 문을 향해 양말을 들고 핸드볼을 해 댄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난 정말 구엽게 봐준다....
다음 문제는 옷이다....
전생에 무슨 뱀이었는지 아무데나 옷을 벗고 다닌다...
정리 좀 하라고 잔소리하면 보이는 아무곳에나 옷을 걸어둔다...
헬스 자전거 손잡이는 기본이며 어떻게 옷이 좀 걸리겠다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옷이 걸려있다..심지어는 인형 목에다도 옷을 걸어놓는다. 정말....
처음에는 속옷도 문제였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도 전에 입었던 속옷을 다시 주워 입는거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이것만큼은 완벽하게 고쳐놨다....
목욕...정말 연중행사다...
일년에 두세번 하나?
목욕을 언제하느냐의 기준은 가끔하는 샤워시 때가 밀리게 되면 그때가 목욕을 할때라고 스스로 결정한다...
에구...
오빠의 차는 그야말로 오빠의 모든 물건을 넣어두는 창고다...
자기몸도 잘 안 씻는데 차는 어쩌랴...
정말 어쩔땐는 앉을 자리도 없다...
가뜩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나는 차만 타면 연신 재채기에 콧물에....
청소 좀 하라는 나의 극성에 오빠는 차가 너무 작아서 그렇단다...
한 번은 날 잡아서 차 트렁크를 정리했는데 거짓말 하나도 않하고 50L 쓰레기 봉투 2분량 만큼의 쓰레기가 나왔다...
옷걸이는 기본이며 구두 2켤레에,,, 양말에,,,컴퓨터 디스켓에...
스키 장갑에...모든 살림살이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엽기적인 남편도 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청소를 하자고 난리다...
특이하게도 우리 신랑은 일요일 청소때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만 골라서 청소를 해댄다....
가령 옷장 문을 열고 옷장 안쪽에 묻어있는 먼지를 닦는다는등....
그래도 이런 신랑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어젯밤에도 요며칠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때문인지 새벽에 알레르기성 천식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데 잠을 못자고 거실 소파에 힘겹게 앉아있는 내 옆에 와서 앉더니 뜨거운 꿀물을 먹이고 뜨거운 물에 수건을 적셔서 내 가슴에 얹어주며 "우리 수현이 아프면 안돼는데" 한다...
이러니 우리 신랑 미워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