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일기
7 Dec. 2000
조카 며느리가 급한일이 있담서 오전만 갖난애를
좀 봐주면 안되겠냐고 전화가 왔다.
백수아닌 백조주제에 거절할리가 있는가.
얼마나 이쁜넘인데....
새벽같이 젖살이 통통한 머슴아를 데리고 왔다.
오자마자 쉬~했나싶어 아랫도리를 홀랑 벗겨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안그래도 쪼맨한 꼬추가
탱자처럼 땡그라니 올라붙어 있었다.
"아이구 추운갑다. 고추가 쪼글쪼글 쪼그러들었네"
그러면서 슬쩍 고추를 쓰다듬었드니
옆에서 보고 있든 울남편.
"니는 고추라면 환장을 하네"
"뭐시라고? 다시 함 말해봐"
"고추람 환장을 한다고 그랬다. 귀먹었냐?"
(아이구 뭐 이런 잉간이 다 있노.
고추를 볼땐 지도 같이 봐놓고선 엉뚱한 소리하네.
고추에 환장했다니 이기 뭔소리여.
남이 들으면 날 뭐라 생각하겠노....)
"당신은 말 하나 하나 하는기 뼈가 있다.
정말 기분나빠서 몬살겠다"
생각같으면 욕이라도 확 퍼붓고 싶다만....
아침이라 그러지도 몬하고 참고 눈만 꼴셨드니
속이 부글부글 용암처럼 끓어올랐다.
고추를 보긴 다 같이 봐놓고선....
지는 고추 안좋아하나.
진짜 말을해도 우째 저렇게 정 떨어지는 말만
골라서 할꼬?
근데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고추를 좋아하긴
디기 좋아하는거 같다.
단 얼라 고추....하하. ~
남편일기
7 Dec.2000
처조카 며느리가 급한일로 애를 맡겼는데....
고추라면 사족을 몬써는 이 마누라.
출근준비 해주는건 뒷전이고
고추가 탱자같다느니, 같은고추라도 대조된다느니..
남이 들으면 낮뜨거운 소릴 눈도 깜짝않고 하고 있다.
참다못해 한소리했드니 입이 옷걸이 몇개 걸어도 될
정도로 튀어나와가지곤 씩씩거린다.
정말로 이 마누라는 고추라면 무슨 고추든 광적으로
좋아한다.
풋고추도 좋아하고 고추튀김. 고추전. 심지어
고추잠자리까지도....
그래서 고추라면 환장을 한다고 한소리 했는데
생각을 비약해서는 혼자 성질내고 혼자 툴툴거린다.
속으로는 아마 글카겠지.
"이넘아. 좋아하면 얼라고추 좋아하지. 니고추 좋아하냐?"
야튼 TNT 잘못 건드리면 저녁반찬가짓수에서부터
시작하여 온갖데 다 영향이 있으니까 풀어주고
나가야 하긴 하는데.....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