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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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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 사랑이 떠나간 자리


BY 후리랜서 2000-12-03

어느 누구건 날씨와 전혀 무관하게 컨디션이
조절되는 사람은 없으리라.
햇볕과 바람이 너무나 적당해 놀러 나갈 구실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나 무료한 나머지, 적당한 햇볕과 바람이 오히려
신경을 건드리는 때도 있다.
"야,날씨 한번 더럽게 좋다"
좋으면 좋은거지, 왜 '더럽게' 좋은 걸까?
과식한 후의 급체나 소화불량처럼,
시간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소호불량'끼가 있는건 아닐런지...

낮게 드리워진 회색빛 하늘처럼 화면을 조성한 탓이어서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켠이 돌덩이를 눌러 놓은 것처럼
무지근하고 뻐근했다.
窓이란 內,外의 세계를 연결시켜 주는 유일한 통로일진데,
만약에 우리가 사는 방에 밖으로 난 창이 없다면...
아마도 단절과 고립감으로 가슴은 썩어 문드러 지리라.

창 틀의 나무가 떨어진 자리,페인트 칠이 벗겨져 나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놓은 자리...
화면은 스치듯 그런 것을 비추지만,
뇌리에 '상흔'이라는 단어가 끈질기게 똬리를 틀고 있었다.

-키너라고 합니다.
-레베카에 관한 환상.
-로즈의 그 사람.
-잘자,릴리. 안녕,크리스틴.
-캐시를 기다리는 사랑.
별개의 소제목이 붙어 있는 다섯 개의 이야기이지만,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전화...
허무한 약속들...
알면서도 걸려 넘어지는 돌...
사랑의 상실로 인해 진통을 겪는 사람들의 쓸쓸한 이야기이다.

끊임없이 연락을 취해 보지만 어긋나는 시간들로
이별의 예감을 안고 사는 키너,
유부남과의 아이를 낙태시킨 후,
데리러 오겠다던 남자가 나타나지 않자
떠난 사랑을 확인하고 길거리에 서서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레베카,
병든 레즈비언 애인 릴리를 간호하며 죽음을 예감하는
크리스틴...등등.
사랑에 상처받은 주인공들은 남자를 지독히 불신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방문이건,목욕탕 문이건,
열려 있음을 은근슬쩍 확인시켜 준다는건,
他自와의 소통을 갈구 하고 있는거라거나,
아마도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는 가녀린 희망으로
해석해도 좋을런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해도 마냥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있을수만은 없는것 아니겠는가!

또 그 사랑이 나를 떠나갈 지라도
사람이 사람을 희망하고 있다는건,
살면서 계속 뭔가를 잃는게 괴로우면서도
또 다시 잃어줄 대상을 찾아 가슴을 활짝
열어 놓을수 밖에 없는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