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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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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눈썹....소원을 풀긴했는데....


BY 뮤즈 2000-12-02

"엄마 아기 눈썹 찐~~~~해?"
내가 은서를 낳고 제일 먼저 한 얘기다.
아빠를 닮은 두 동생은 눈썹이 진해서 남동생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눈썹이 들어오고 여동생은 다듬기만 해도 되지만 유독 내 눈썹은 없는 데다 흐리기까지.... 화장하는걸 별로 즐기지 않는 나는 화장을 할 때마다 그나마 없는 눈썹을 밀고 그려야 하는 불편함에 엄마 닮아서 눈썹이 없다고 투덜투덜 엄마를 원망했다.
아기를 갖자 나는 "우리 아기는 아빠랑 할아버지 닮아서 눈썹이 진해야 할텐데...." 라는 얘기를 입에 달고 다녔고, 화장이라도 하는 날은 하루 종이 눈썹 얘기로 주위 사람들이 피곤할 정도였다.
그러니 12시간의 진통으로 죽다가 살아난 내가 아기를 낳자마자 눈썹 얘기부터 하는 건 당연하겠지. 그러나 엄마의 대답은 "글쎄 잘 모르겠다."였다. 왜 빨리 아기를 안보여주는냐는 나의 성화 끝에 첫 대면한 아기의 눈썹은.... 나도 역시 잘 모르겠다였다. 거기다 이마 가득 솜털이 보송보송 해서 어디까지가 눈썹이고 어디까지가 머린지 구별을 할 수 없어서 화만 날 뿐이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마의 솜털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고 눈썹도 진해져 가고 우리 가게에 들린 손님들로부터 "어머 아기가 눈썹이 정말 찐하네요" 라는 소리까지 듣게되자, 나는 기뻐서 "엄마 나 소원 풀었어. 우리 은서는 눈썹 그리면서 나처럼 엄마 원망하는 일은 없겠지?" 하며 나의 작품(?)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빠질 거라던 솜털이 빠지질 안는 거다. 덩치는 어느 사내 부럽지 않은 9Kg(6월 5일 생임을 감안하시길.)에 머리까지 밀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은서를 남자아기로 아는데 귀밑에 구레나룻은 은서를 영락없는 사내아기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한번은 손님으로 들어온 군인 아저씨가 우리 은서를 보고 "네가 군대 갈 때쯤이면 나도 너만한 아들이 있겠지"라고 하질 안나, 병원에서 만난 어떤 아줌마가 "딸이우?" 하시기에 딸로 봐주시는게 고마워 큰소리로 "예"했더니 그 아줌마 별일이라는 얼굴로 "저런 구레나룻도 있는데...."라며 혀를 다 차시는 거다. 여자아기가 웬 구레나룻인지 모르겠다는 나의 한탄에 우리 시엄마는 "내가 그래서 얼굴이 미운데, 은서가 날 닮았지뭐..."하며 자기 얼굴이 밉다면서도 은서가 시엄마 닮은걸 엄척 좋아하신다. 우리 엄마는 고소한 얼굴로 내게 한마디 하셨다.
"은서는 면도하면서 엄마 원망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