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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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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추억하며...


BY 바늘 2000-11-29

나는 골반이 좀 작은편에 속한다.


그러기에 아이들 둘 모두를 정상 분만 하지 못하고 제왕절개를 통하여 출산하였다.

게다가 우리 큰애는 두상이 큰 편이라 배안에 착상되어 있는 모습을 찍어보니 의사선생님 말씀이

수술을 하는편이 좋을거라 하셔서 동의하였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드라마에서 보면 출산의 고통으로 너무나 아퍼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배부른 산모들 누구나 그 공포의 순간을 두려워 하기 마련일게다.

 

그런데 그 아픔의 순간을 수술로 피해갈 수 있다니 한편으로 철없던 나는 내심

 

 아휴~~좋아라~

분만 수술 전날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환자복을 갈아 입고 병실에 있으려니 배도 고프고 마치 무슨 호텔로 여행온 기분마저 들었다.


간호사에게 양해를 얻어  남편과 병원 근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서 여유롭게 저녁까지 먹고

들어왔다.  

다음 날 드디어 날이 밝아오고 분만 대기실로 옮겨진 나는 그곳에서 출산의 괴로움에 너무도 아파하는

산모 옆 침대에 눕게 되었다.  

나는 수술 전 맥박체크,혈액체취등으로 누워있었고 바로 내옆에는 자연 분만의 고통으로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는 아픔에 몸서리 치는 산모 옆에서 마치 구경나와 맨 앞 줄에 앉은 관객처럼

물끄러미 진통하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아플까?

 

저렇게 출산의 고통을 겪고  세상에 아이가 태어나니 정말 부모의 은공을 천만 번 헤아려야 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 엄마인듯한 분이 옆에서 함께 눈물 흘리며 우는 산모 옆에서 애태워 하시고 계셨다.
아마 도 첫 딸이 시집가 첫 손주를 맞이 하는것 같았다.
 
진통의 간격이 빨라지자 그 산모는 분만실로 옮겨지고 관객이었던 나도 수술실로 옮겨졌다.

 

차거운 소독용 솜 뭉치가 내 배위로 칠해지고 하나,둘,셋, 숫자를 세어 보라는 지시에 아련한 먼세계로 떠나버렸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여행이었고, 또한 세상에 찾아온 나의 분신을 함께 맞이하는 그 여행...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수술방 간호사들이 의료 기구를 정리하는 소리에 실눈을 뜨면서 깨어나고

 

친절한 간호사는 아들 탄생을 축하한다며 환한 얼굴로 나와 눈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곧 병실로 옮겨졌다.

병실로 돌아온 나는 그때부터 역전의 상황속으로~


아까 울고 불고 하던 산모는 이제 진통의 고통은 저멀리 던져버리고 생글 거리며 잘익은 포도를 씨까지

오물 오물 맛나게 먹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때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마취에서 덜 깨어 오락 가락 하고 배는 얼마나 아픈지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다.


게스가 나오기 전 까지 아무것도 먹지말라는 주의 사항으로 입은 말라 타들어 가고 겨우 거즈에 보리물을 묻혀

입만 축여 놓고 그렇게 하루를 괴로움 속에서 몸 서리쳤다.

아까 내가 관객이되어 쳐다보던 그 산모는 이제 나의 관객이 되었던 것이다 

아~ 그래 이래서 인생은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라고 하나봐

병원에서 자연 분만한 산모는 이틀후 퇴원을 하였다.

 

나는 걷지도 못하고 아퍼서 헤메일때 ...


역시 자연의 순리를 따른 출산이 얼마나 좋은것이고 가치있는 것인지 그제사 깨닫게 되었다.

그 산모가 아기와 함께 퇴원하고 빈 침대에 또 다른 산모가 찾아 들었다.


나의 일생에 또 하나의 지워지지 않는 얼굴이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어린 아직은 아기 엄마가 되기에 이른 십대임에 틀림없어 보였고 만삭의 산모라고는

전혀 모를 정도로 임부복으로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였고 손에는 하얀  손수건이 너무나 슬프게 들려 있었다.
물론 보호자 없이... 

우리 친정엄마는 금방 간호사실에 가서 그 산모의 정보(?)를 듣고 오셔서 이야기 해주셨다.


 미혼모 였던것이다.

 

애기 아빠되는 사람을 찾아와 헤메이다 택시 안에서 진통이 오고 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병원까지

오게 되었던 것이다.

병원 관계자가 분주히 왔다 갔다 하더니, 곧 입양기관에서 사람이 나왔다.


애처로운 미혼모는 정상분만으로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아기는 얼굴에 커다란 점이 반쯤 흉하게 있다고 했다. 

 

아마 불행한 임신으로 정신적 고통속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였는지 너무나 말라서 눈물이 나올정도로

측은해 보였다.


인정 많은 우리 친정엄마는 연신 이것 저것 먹으라고 가져다 주었다.


마치 우리 엄마가 그 가련한 아기 엄마의 친정 엄마가 된듯 말이다.


그때 그런 우리 엄마가 참으로 좋아 보였다.

하루 가고 이틀 가고 입양 기관에서 아침 일찍 오더니만 아기를 데리고 가버렸다.

 

 병실 문에 기대어  어린 애기 엄마는   하얀 손수건을 꼬옥 쥐고 눈물을 찍고 있었다.

지금 많은 날들이 흘러갔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하더니 해가 바뀌고 또 다른 해가 뜨고, 또 따른 계절이 오고...

그러나 가끔 떠오르는 그 여린 얼굴... 

바람불면 날아 갈 듯 갸날프던 그 애기 엄마는 이세상 어느 언저리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