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후조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모유를 끊었다.
모유를 먹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남편 병규와 나는 달이가 태어나기 전 달이에게 모유를 주자고 약속했다. 우리의 그와 같은 결심을 엄마에게 얘기하자 엄마는 모유를 먹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둘다 게으르니까 밤에 일어나 분유를 타는 일은 죽기만큼 어려울 뿐더러 요즘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육아비를 생각하면 한푼이라도 아껴야 할것이라며 키득거렸다.
그러나...
내가 접한 실상은 예상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우유통에 붙은 탐스러운 고무젖꼭지에 길들여진 달이는 물기 어려운 나의 젖꼭지(함몰유두)를 외면하였고.. 그런 달이와 젖꼭지 물리기 전쟁을 한바탕 치르고 젖을 먹이고 나면 한 시간이 훨씬 넘어 있었다. 이런 전쟁을 세시간 간격으로 치르자니.. 뒤통수와 뒷목의 통증은 절정에 달했다. 그것은 유축기를 사용해서 젖을 짜 보아도 마찬가지였다..가만히 있으면 주루룩 흐르는 젖이 유축기만 갖다대면 뚝 그치는 거다... 정말이지 사람 미치고 폴짝 뛸 노릇이다..
완전히 짜지지 않아 부어오른 젖을 품고 엎드리지 못한채 옆으로 돌아눕지도 못한채 보내던 그 불면의 밤들....
게다가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달이와 적먹이기 전쟁을 한바탕 치르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들어오셔서...
"각도가 안 맞다.. 각도가...니는 와그래 어렵노? 나는 윽수로 쉽던데.. 참말로 이상타..연구 쫌 해라.."
하시며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셨다...
그러나 모유를 끊자 달이가 사흘을 변비에 걸려 눈물까지 흘리며 똥을 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리고 그 변비가 해소되고나서도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까지 다 벌렁거린다던 진초록색 똥을 누는 것을 보고는 병규는 은근히 내가 젖을 다시 물리기를 바랬다..
젖을 끊을 때는 정작 가만히 있더니 한달쯤 지나자..사흘도록....병규는 내게..
"경아.. 너 이제 젖 안 나오지?? 정말 안나오지? 살짜기 한번 물려보면 안될까? 그럼 쪼끔은 다시 나오지 않을까?"
하고 확인해왔다...
그렇게 힘들게 일주일만에 끊은것을...
자기가 안한다고 그렇게 무심할 수 있을까??
이런 병규의 집요함과 무심함은 나로 하여금 엄마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엄마는 내가 젖을 끊는다고 했을때.. 참으로 기뻐했다...
"아~도 중하지만.. 니부터 살아야지...그래야 아~도 볼꺼 아이가?"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백화점에 가서.. 아이가 울 때면 젖을 꺼내어 물리고 있는 아줌마들을 보고 있노라면 젖을 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그들이 젖을 꺼내어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아이에게 물리면, 나는 보란듯이 이쁘고 탐스런 젖병을 꺼낸다.. 하지만.. 그런 애엄마들의 젖을 물고 있는 아이들을 부러븐 듯이 침까지 흘리며 보고 있는 병규를 보면 내가 죽더라도 젖을 물렸어야하는건데.. 하는 생각이 간혹 들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