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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의 육아일기 5 - 내 아이가 성직자의 길을 간다면?


BY 닭호스 2000-11-09

지난 일요일 나는 성당엘 갔다.

신심이 두텁지 못한.. 나로서는 성당엘 가는 것이 그닥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임신중에는 엄청난 입덧에도 불구하고 이눈치 저눈치를 보느라 성당엘 비교적 자주 갔는데..매번 마칠때가 되면 화장실 변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 거의 초죽음이 되고.. 급기야 기다시피해서 나오기가 일쑤였다...그러면서도 집안 분위기상 빠질수는 없었다.. 거기에다 남편은 입덧에 시달리며 겨우 미사를 보는 나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았다...


그는 미사중에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느라 엎드려 있는 나를 흘겨보다가 자기 허벅지로 내 허벅지를 툭툭치며
"일어나.. 일어나.. 다른 사람들이 나까지도 이상하게 보잖아.."
그랬었다..

기운이 없어 어깨에 약간이라도 기댈려는 나를 매정하게 샥 피하기도 했다...
"에이...사람들이 봐.."
이러면서....


그러다가 나는 출산을 맞이하였고.. 처음에는 산후조리를 핑계로 그리고 그 다음에는 달이를 핑계로 나는 성당을 잠시나마 쉴수 있었다.. 하지만..남편 병규가 조르자 나는 성당엘 다시 나갔고... 성당엘 가서 한시간 내내 달이를 안고 있느라 다시 초죽음이 되었다...

하지만 남편 병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성당엘 나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자.. 이제 주위에서 우리가 주일마다 나가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고.. 나는 일이 더욱 고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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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와 지지난주.. 우리는 시댁에 달이를 맡기고 시댁 근처의 성당엘 가게 되었다..

성당에 가서 앉아있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수녀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언제였던가.. 입덧에 시달리면서도 성당엘 가 앉아있던 어느날.. 신부님이 미사집전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내 아들이 신부가 된다면...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 모습도 좋아보였다..

그래서 언젠가.. 아들이 훌륭하게 장성하여 하느님의 나라를 위한 일꾼으로 내어놓기에 적합한 인물로 자란다면.. 그리고 그 아이가 그 길로 가는 것을 원한다면 내가 기꺼이 그 아이가 가는 길을 밀어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내가 딸아이를 낳자.. 나의 마음은 변하였다..
수녀님의 뒷모습만 보아도 눈물이 났다..

내 아이가 저렇게 잿빛두건을 쓰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여성의 행복을 뒤로 한 채, 남에게 봉사하는 삶을 평생 간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솟았다..

안 그랬으면 싶었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가....


나의 성격중에서 가장 나를 불행으로 이끄는 성격중의 하나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짐작하고 지레 걱정하고 슬퍼한다는 것이다..

달이가 그 길을 가게 될 확률은 거의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의 신심으로 내 밑으로 성직자가 나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백일된 딸아이를 두고서 별 걱정을 다하는 것이다..

미사내내 그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서.. 눈가가 붉어졌다...
아무도 몰래 눈물을 훔쳤다...

이기적인 엄마의 마음을 신께서 아실까..
그리고 남편에게 말하면 "에이... 말도 안되는 걱정을.. "
하고 웃을까... 걱정을 하며 집으로의 발길을 재촉하였다...

밤바람이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