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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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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어로 매운탕을 끓여


BY 다움 2000-10-28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역시 승용(남편) 씨한테 전화를 했다. 영민(남편의 회사 동료) 씨가 받는다. 승용 씨 바꿔달라고 했더니 매운탕 거리 산다고 정신이 없다고 한다. 집에서 전화 왔다고, 전화 해달라고하고 끊었다.

이상했다. 회사에서 매운탕 끓일 생선을 산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의아해 하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원체 잡다한 것을 많이 사오니...

애들은 TV를 보고, 난 저녁 준비에 한창이었다. 따르릉~~~~
"여보세요, 승용 씨!"
"웬일이야, 고기를 다아 사오고. 햐아 울 신랑 철들었네. 아참 명석이 오늘 독후감 최우수상 받아왔더라. 자기 퇴근해 오면 칭찬해 주고 그래."
"잘 됐네. 명석이 상으로 이 고기 대신하면 되겠다."
"일찍 올 거지? 그럼 나중에 봐."

무슨 고기지? 매운탕 거리라고 영민 씨가 그랬는데 회사로 생선을 팔러 온다는 건 좀 그렇고. 그럼 육고기인가. 그래도 그렇지, 그 회사는 경비 아저씨도 없나. 어휴 암튼 퇴근해 오면 알겠지. 오늘 저녁은 푸짐하겠는데...

슬슬 승용 씨 올 시간은 다아 되어가고 애들은 배고프다고 야단이다.
아빠가 맛있는 고기 살 올건데... 기다리자. 그럼 엄마가 맛있게 만들어 줄께.

늦는다. 이상하다 7시가 넘었는데... 승용 씨한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직도 회사다.
"승용씨 난데, 애들 저녁 어떻게 하지? 영민 씨가 승용씨 매운탕 거리 산다고 하던데... 배 고프더라도 기다릴까? 아님 그냥 먼저 먹일까?
"엉" 푸하하하, 갑작스런 승용씨의 웃음소리.
"야, 무슨 관상어로 매운탕을 끓여 먹냐?"
"뭐?"
"영민 씨가 매운탕 거리..."
이런. 장난끼 많은 영민 씨의 말 한마디에 꼬빡 속아 넘어간 순진한 아줌씨. 휴우, 우째 이런 일이. 어이 없음에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고 말았다.

내 나이 34. 아직도 이런 순진함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비록 바보스런 배고픈 행복이었지만...

그리고 그날 저녁, 와인잔 속에서 힘차게 뛰어노는 지브라(관상어)를 보며 아들과 난 입맛만 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