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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379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아름다운.. 쇼트 시나리오 한번 보실래요..?


BY mikka 2000-08-19

-저는 이 단편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근데. 이 대본을 읽고 울었습니다..
화면이 머리속에 절로 그려지는 시나리오더군요..
보통 영화는 130씬 내외입니다.
요즘은 대사가 줄고 화면이 더 늘어나 150씬가지도 나옵니다..
근데.. 이 소풍이라는 쇼트시나리오(단편영화의 시나리오)는
총 9씬 밖에 안됩니다..
물론 커트로 따지면 훨씬 많아지겠지만..
그런데도 150씬에도 못만들어내는 감동을 9씬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대사도 엄청시리 절제하면서..
천천히 화면을 떠 올리면서 읽어보세요..
제가 받았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눌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풍> 대본 - 단편영화.

소풍/35mm/15min/1:1.85/Color/1999/송일곤

제작/송일곤
시나리오/연출/송일곤
프로듀서/조수진
촬영/박선욱

등장인물
엄마/최지연
아빠/손병호
아이/민경현
노인/윤경로

시놉시스
늦가을 낙엽이 흩날리는 오후, 한 가족이 한적한 시골의 국도를 달리고 있다.
아이는 엄마에게 어디에 가는지 묻는다. 엄마는 소풍 간다고 대답한다. 빚 더미에
오른 젊은 사업가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을 하기 위해 바닷가 근처의
인적이 없는 숲에 도착한다. 여자는 아이를 살리고 싶어하지만 이미 수면제를 먹어
어쩔 수 없다. 여인은 아이에게 파도를 보여주고 싶어 바닷가까지 가 보지만 아이는
잠이 든다. 남자는 아내와 아이를 차로 데리고 와 준비한 대로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하고 시동을 건다. 차 안에 호스를 통해 배기가스를 넣는다. 우리는 이 자살의
과정을 도큐멘터리 형식으로 계속 지켜본다. 다음날 아침 노인에 의해 이 가족의
차가 발견된다. 남자와 여자는 죽어있고, 아이는 기적적으로 눈을 뜬다. 이 영화는
실재 있었던 자살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실패한 젊은 사업가의 가족이 위의
형식으로 동반자살 했었고, 그것이 신문의 사회면에 작게 실렸었다. 차에
배기가스를 넣어 집단 질식사하는 방식은 2차대전 당시 나찌가 패전했을 때로 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시나리오

씬1. 시골의 작은 도로/초겨울/오후 12시경.

안면도 가는 길

우리는 정지해 있는 차 안에 앉아 창문 안에 입김을 불어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5살 가량의 남자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다. 아이가 그리는 그림을 통하여
창문 밖의 풍경이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한다. 아이의 옆엔 30대 초반의 엄마가 앉아
있다. 여자는 감을 깎고 있다.(아이와 엄마는 뒷좌석에 앉아 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차창 밖으로 남자가 가게에서 나와 무엇인가 가게주인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비로소 차가 국도변 인적이 없는 곳에 정차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는 그림을 그리다가 여자가 깎아준 감을 받아 한입 베어물며 창문을 내린다.
주인은 남자에게 팔을 저으며 자뭇 자세히 길을 알려주고 있다. 여자는 아이에게
말한다.

여자 : 인수야, 창문 닫고 이거 마셔...

여자는 보온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코코아를 따라 준다. 아이는 창문을 닫고
코코아를 엄마에게서 받아 마시며 묻는다.

아이 : 아빠 지금 뭐 하는거야?
엄마 : 길 물어 보는거야. 뜨거우니까, 호 불어서 마셔...
아이 :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코코아를 입으로 불며 너무나 예쁘게
마시며) 엄마 우리 지금 어디 가는거야...
엄마 : 음, 소풍 가는거야...

아이는 운전석 옆의 사물한에서 자동카메라를 꺼낸다. 아이는 카메라로 남자가 차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을 찍는다. 엄마는 아이에게 아빠 카메라로 장난 치지 말라고
타이른다. 아이는 귀엽게 응석부리듯 카메라를 가지고 있겠다고 말한다. 남자가 차
문을 열고 운전석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이때 차가 시골의 국도변에 정차해 있음을
본다. 손에 든 비닐봉지를 조수석에 놓으며 앉는다.

아이 : 아빠, 우리 소풍가는 거에요?
남자 : (뒷좌석을 쳐다보며 아이를 바라보다가 아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여자에게 말한다. 우리는 처음으로 남자의 얼굴을 본다) 응... 길이 많이 변했데...
분명히 지름길이 있었는데 돌아서 가야할 것 같아.

가족이 탄 차가 출발한다. 이미 낙엽이 떨어진 나무들이 멀리 뻗은 길가에 서있고
차는 그 시골길 위를 달린다. 초겨울이며, 갈색의 대지가 보인다. 어둠 속에서
타이틀이 나타난다.

Title [소풍]

낭만적인 음악이 흐른다.

씬2. 시골의 작은 도로

타이틀로부터 음악이 시작되면, 우리는 달리고 있는 차안을 비춘다. 여자는 자신의
창쪽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 여자의 표정은 자뭇 심각하고 슬퍼보인다. 뒷좌석
바구니엔 먹을 것과 과일들이 담겨 있다. 아이의 손엔 장난감이 쥐어져 있다.

아이 : 엄마 쉬 마려워...

남자는 차를 세운다. 여자와 아이와 남자는 밖으로 나온다. 차는 섬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방파제 위의 교각 부근에 서 있다. 여자가 아이가 오줌 누는 것을
도우려하자 남자가 자신이 하겠다고 말한다. 남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갯벌을
바라보며 아이의 바지를 내려준다. 그 뒤 남자는 아이와 나란히 서 오줌을 눈다.
우리는 뒷모습으로 이 광경을 지켜본다. 평화로운 정경이다. 아이가 먼저
오줌누기를 끝내고 서있는 아내의 곁으로 달려온다. 여자는 아이가 혼자 소변 본
것을 칭찬한다. 멀리서 헬리콥터가 날아가는 것을 본 아이는 그곳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이 : 엄마 저거! 뚜.뚜.뚜.뚜...

여자는 근처 벤치에 앉아 차에서 들고 나온 바구니 안에서 김밥을 꺼낸다. 아이에게
김밥을 준다.

여자 : 인수야 배고프지? 김밥 먹자...
아이 : 이따 먹으면 안돼?
엄마 : ...엄마가 만든 거니까. 조금만 먹어.
아이 : 그럼, 인수는 조금만 먹는다...

여자는 아이의 재롱에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이미 가까이 다가온 남자가 이 광경을 본다.

남자 : (김밥을 집어 한 입 넣으며) 당신. 왜 자꾸 그래?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여자는 표정이 일그러지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물을 참지 못한다. 남자는
갑작스럽게 표정을 바꾸며 여자의 고개를 손을 잡아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남자의 표정에서 섬뜩함을 본다. 남자는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여자는 안
울겠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눈물을 그친다. 남자는 김밥을 우물거리며
여자에게 옆에 있는 사이다를 건네주고 아이에게도 물을 마시게 한다.

남자 : 이거 마셔. 추운데 체하지 말고...
아이 : (까만 눈을 깜박이며) 아빠... 엄마 왜 울어?
엄마 : (코를 찡긋찡긋 거리며 우스운 표정을 지으며 아이에게) 응... 아니야. 계속
가자!

엄마는 눈물을 훔치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허리께를 잡고 번쩍 안아 올린다.
아이가 간지러운지 까르르 웃는다. 우리는 주위에서 지나 다니는 헬리콥터의 소리와
갯벌 부근의 정경들을 보고 듣는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초겨울 섬 근처의
한 가족의 평화로워 보이는 모습을 본다. 털모자를 쓴 한 노인이 그 가족의 차를
지나쳐 다리를 쩔뚝이며 지나쳐 걷고 있다. 남자는 그 노인의 뒷모습을 본다. 혼자
건너기에는 너무나 멀고 긴 교각이다.

씬3. 안면도의 작고 거친 길/오후 세 시경

남자의 가족은 길 위를 지나고 있다. 차는 능선과 거친 길들을 지나고 송림을
지나쳐 가고 있다. 남자는 말이 없고, 여자는 아이를 안고 조수석에 앉아 있다.

씬4. 바다소리가 들리는 소나무 숲/오후 네 시경

가족의 차가 인적이 없는 숲 속으로 들어와 시동을 끈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고,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차 안을 들여다 본다.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남자는 윗 호주머니에서 종이에 쌓인 흰 알약을 꺼내어 라이터로 잘게
부순다. 그리고, 구멍가게에서 산 우유에 섞어 우유통을 흔든다. 여자는 침통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본다. 아이는 계속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움직임을
멈추고 엄마에게 묻는다.

아이 : 무슨 소리야? 이게?

우리는 아이와 함께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엄마 : 이게 파도소리야. 우리 인수 파도소리 알아? 바다 본 적이 한번도 없지?
아이 : 응.
엄마 : 인수 기억나니? (동요처럼 노래 불러준다) 소는 음메. 닭은 꼬끼오. 파도는?
파도는 뭐지? 대답해 봐...
아이 : 응... 철썩철썩.
엄마 : 아이 똑똑해라...

여자는 눈에 고이는 눈물을 입을 꾹 다물어 참아내며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는
여자를 바라보다가 우유를 준다. 여자는 우유를 받는다. 잠시의 정적.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여자는 아이에게 우유를 먹인다. 남자는 이것을 지켜 보다가 밖으로
나온다. 해가 지평선 부근에 머물러 있다. 남자는 차 뒤로 가 트렁크를 연다.
여자는 트렁크를 염과 동시에 뒤를 돌아본다. 트렁크가 남자와 여자의 시선을
가로막자 남은 우유를 혼자 남자 몰래 마셔 버린다. 남자는 트렁크에서 고무호스를
꺼낸다. 트렁크를 닫고 차 밑으로 들어가 누워 호스를 차의 배기 파이프에
연결한다. 아이는 엄마가 혼자 우유를 마셔버린 것을 의아해 하며 바라보자 엄마는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가져가 아빠에게 말히지 말라는 시늉을 하며 사팔뜨기 눈을
해 보인다. 아이가 씨익 웃는다. 엄마는 뒷좌석의 바구에 담긴 사과를 아이에게
준다.
아이는 사과를 한 입 크게 배어 먹는다. 남자는 호스를 차의 배기관에 연결한 뒤
천으로 묶는다. 이 때 멀리서 헬리콥터 소리가 거대하게 들린다. 헬리콥터가 바로
가까이서 차 위를 빠르게 지나친다. 여자의 얼굴이 창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헬리콥터를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카메라는 공중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여자의
공포에 쌓인 눈을 따라간다) 식은 땀을 흘리는 아내는 숨 쉬기가 힘이 드는지
창백한 표정으로 구토를 느끼고, 차 밖으로 문을 열고 아이를 안은 채 나온다.
반대편에 이미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돌린다.
남자는 차 뒷유리를 내리고 호스를 차 안으로 집어 넣는다. 아내는 숲 주위를
거닐며 안겨있는 아이를 재우려는 듯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아이는 한 손에
사과를 든 채 엄마 품에 안겨 묻는다.

아이 : 엄마 우리 소풍 온거야?
엄마 : 응.
아이 : 파도 보러 안가?(아이는 하품을 한다)
엄마 : 그래 파도 보러 가자... (조용히 아이에게 노래 불러준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남자는 윗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를 벗어 호스를 제외한 창문의 틈새를 막는다.
아내와 아이는 차 주위를 산책하듯 천천히 걷고 있다. 한 가족의 가을날의 소풍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남자는 운전수석 쪽의 차 문을 열고 차 안의 테잎을
꺼내기 위해 몸을 숙여 안으로 들어간다. 남자는 테잎을 꺼내고 밖으로 나온다.
남자는 주위를 둘러본다. 아내와 아이가 나무들이 빽빽한 숲 속에서 사라졌다.

씬5. 숲 속/바닷가/오후 4시 반경

남자는 숲 속을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아내와 아이를 찾는다. 아내는 아이를 안고
숲 속을 뛰며 도망치고 있다. 아내는 졸음이 오기 시작하는지 비틀거린다. 남자는
숲을 지나 바닷가에 다다른다. 아내는 아무도 없는 빈 바닷가에 주저 앉아 있다.
아이는 이미 잠이 들었고, 아이를 안고 있는 아내는 졸음을 참으려 애쓰며 바다를
보고 있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파도 소리가 들리고, 남자가 아내의 곁으로
다가온다. 아내는 무표정하게 남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는다. 이미
다른 정장으로 갈아 입은 남자는 아내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우리는 바닷가의
한 가족의 정경을 본다.

씬6. 소나무 숲(씬4와 같은 장소)/오후 다섯 시경/석양

여자와 아이는 잠이 든 채 차 안에 있다. 남자는 여자와 아이를 조수석에 뉘이고,
운전석으로 걸어와 수면제를 먹는다. 잠시의 정적, 그는 잠든 아내와 아이를
바라보다가 여자와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조수석 쪽의 창문을 닫는다. 남자는
아내와 아이의 의자를 뒤로 젖힌다. 그는 백밀러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한참 동안
들여다 본다. 그리고 안경을 벗는다. 편지를 차 앞유리 근처에 놓는다. 그는 자신
쪽의 창문을 돌려 닫는다. 이 때 지는 붉은 해가 그의 눈 근처로 비추다가
사라진다. 우리는 서서히 잠이 들기 시작하는 남자의 얼굴을 본다.

씬7. 가족의 집/앞의 씬과 같은 시각/햇살이 들이치고 있다

우리는 남자의 눈에서 겹쳐지는 남자의 집안을 바라본다. 앞의 씬과 동일한
시각이다. 넓은 베란다 창을 통하여 지는 햇빛이 들이치는 거실이 보인다. 안락하고
따뜻한 색의 벽지 위에 액자들이 걸려있다. 액자에서 우리는 남자와 여자의 아이의
내력을 살펴본다. 한때 아이가 더 아이였을 적에 함께 가족들과 찍은 사진과,
여자는 전통무용을 했었으며 남자는 정장을 입고 외국사람과 악수하고 있는
사진들이 보인다. 아이의 키를 쟀던 나무와 여자의 성격을 나타내는 예쁘게 장식한
장식장과 화초들이 구석에 보인다. 고요함 속에서 우리가 이 아늑하고 푸근한 집을
둘러볼 때 가구와 살림 위에 차압 딱지가 붙어 있음을 본다. 갑자기 유리창이
깨지며 소화기가 집안으로 들이친다. 바람이 불어 차압 딱지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위의 소리들이 조금씩 줄어들며 우리는 다시 잠들어가는 남자의 눈으로 돌아온다.

씬8. 씬6과 동일/숲/오후 다섯 시 석양이 남자의 얼굴 위로 들이친다.

그의 손이 열쇠로 간다. 그는 두려움으로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아내와
아이를 바라본다. 그는 눈물을 훔치고 시동을 건다. 차의 엔진 소리가 거대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남자는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는다. 배기가스가 차 안으로
투입되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의 얼굴이 유리창에 기대어져 있다. 가는 여자의
숨소리와 입김에 차의 유리창에 서리가 간헐적으로 번진다. 우리는 아이의 얼굴과
여자의 얼굴을, 그리고 차창에 규칙적으로 어렸다 사라지는 아이의 입김을 밀폐된
차 밖에서 바라보고 있다. 차 안으로 가스가 차 들어간다.

씬9. (앞 씬과 같은 장소)/다음 날 이른 새벽

고요하고 푸르스름한 겨울 소나무 숲 속의 새벽이다. 안개가 걷히고 있다. 다리를
저는 노인(앞의 섬으로 통하는 다리 위에서 잠시 남자와 눈이 마주쳤던) 하나가 숲
근처를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춘다. 차를 발견한다. 이미 시동은 꺼져 있고, 호스가
연결되어져 있고 차 안은 연기가 옅게 차 있다. 망태기와 호미를 든 노인, 차로
접근한다. 호스가 연결된 차 유리의 열린 틈새로 가느다랗게 연기가 아주 천천히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노인이 운전석으로 가 남자쪽의 문을 열자 남자의 몸이 축
늘어진 채 밖으로 나와 쓰러진다. 남자는 죽어 있다. 노인은 여자와 아이 쪽의 문을
열고 아이를 차 밖으로 꺼낸다. 여자 역시 축 늘어져 손이 차 밖으로 떨어진다.
노인은 안고 있는 아이가 움직이자 깜짝 놀란다. 노인은 아이를 눕히고, 아이의
맥을 짚은 뒤 급히 등을 두드린다. 아이가 눈을 감은 채 구토한다. 아이는 조금씩
감은 눈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미 차 옆에 나란히 얼굴이 옷으로 덮힌채
누워 있는 남자와 여자의 시체를 본다. 우리는 화면에 가득찬 아이의 눈을
바라본다. 아이가 마침내 눈을 뜬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이는 눈을
깜빡거리며 카메라를 바라본다. 정적 속에서 멀리서 파도소리가 서서히 들리기
시작한다. 아이는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혼자서 말한다.

아이 : ...엄마...

화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차의 시동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자가
아이에게 불러 주었던 자장가 소리가 들리며 엔딩 타이틀이 오른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