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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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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그 분....


BY 예향 2000-04-26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세면대 수도꼭지를 켜 놓은채
엉엉 울었다.
문뒤로 남편과 아이들이 장난치며
웃어재키는 소리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남편을 향한 섭섭함이
안으로 밀려들어 아픔을 가중시켰다.

서울 형부네 칠순잔치에 다녀온 후
모두 친정에 모였다.
딸,사위,손주들이
오랜만에 모여서 기쁘셨던지
"술 한잔 들 해야지"
하시며 아버지는 슈퍼로 가셨고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했던 나는
무슨 술이냐고 불평을 늘어놓고 말았다.
그런 내 모습이 더 못마땅한 남편은
왜 저럴까? 하며 이해못하겠다고 반박했다.
친정에서 벌어진 말다툼은
순식간에 부부관계를 늘 걱정하시던
친정엄마에게 아픔을 더해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친정엄마...그  분....
유난히 마음 고생 심하게 하신
엄마의 삶을 익히 잘 알고 있는터라
나만은 잘 살고 있는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하며 살았는데
결혼한지 10여년...
엄청난 폭풍을 견뎌온 후여서인지
조심스레 살피던 중이시던 친정엄마는
애써 내색은 하지않으셨지만
딸때문에 마음아파하셨다.

그 분 가슴에 못이 되어
상처를 내고 아픔을 드렸다는 것이
사정없이 견딜 수 없어서
엉엉 울었다.
늘 싸울 때 마다 우린 그랬다.
넌 나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서로에게 섭섭한 마음으로 할퀴고
부부라고 또 한 이불속에서 잠들고...

오랫동안 화장실에 있는 내가
샤워하는 줄 알았는지
아이들도 남편도 자러 들어갔다.
퉁퉁부은 얼굴 내밀기 싫어서
불꺼진뒤 방으로 들어갔다.
동반자라는 남편은
야속하리만큼 나를 모른다.
그 섭섭함을 또 한번 접어둠은
친정엄마께 다시 못이 되고 싶지 않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