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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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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론


BY 남상순 2000-04-26

백발론백발론




수년전부터 뒤통수 상봉에서부터 흰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눈에 잘 안보이는 곳인지라 신경을 크게 쓰지 않았다.

미장원에 갈 때 "머리 염색 해드릴까요?" 라는 말에 훔찔 놀란 적이 있다. 하지만 "염색 안할 껍니다." 마치 세월을 받아드릴 자세가 확고한 것 처럼 천연스레 대답을 하지만 마음은 격동이 일고있다.

"어쩐담? 흰머리칼을 ?" 잠시일 뿐 미장원을 나오면 곧 잊어버리고 만다. 그런데 최근 문제는 심각해졌다. 뒤통수 상봉은 스키장을 개장한 것이다. 몽땅 흰 줄기를 이루어 무더기를 짓고 말았다.

키가 큰 남편이 내려다 보면 한심할게다. "여보 어쩐대? 스키장 슬로프가 되어버렸으니?" 했더니 "무슨? 스키는커녕 눈썰매도 안되겠다. 받아들여! 내가 좋다면 괜찮은거 아닌가!" 라고 격려한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요]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머리 숙이던 내가 이젠 그 말이 제일 듣기 싫은 말일줄이야. 백발이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은 물론이요, 백발은 되어가는데 영화로운 삶이라니 움츠러들 수 밖에...

게다가 요즈음 사정없이 귀밑으로 스며든 세월과, 노골적으로 뒤범벅 삐져나오는 흰머리가 아직은 [로멘스그레이]까지는 못되지만 너무나 무안하고 당혹스런 것이다.

백발이 되는 것은 나이에 대한 책임감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두렵기조차 한 것이다. '시침 뚜욱 떼고 염색을 시작해? 아니! 정직하게 영화로운 삶으로의 도전을 감행할겸 세월을 정면으로 돌파해?'

어찌할꺼나? 염색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멀지않아 결단해야하는 이 머리칼에 대한 나의 태도는 내 삶의 방식에 또 한 번의 분깃점이 될 것이다. 백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