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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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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BY 김영숙 2000-04-25

그가 늦은 아침잠을 잔다.
일어 나라고 했더니 새벽 다섯시까지 잠들지 못했노라며
이불을 뒤집어 쓴다.
"왜 잠을 못자요?"
"외로워서... ."
내일이면 마흔인 그가 외롭다고 한다.
일어서 나오려다 그를 내려다 본다.
외롭다는 건 무슨 뜻일까? 생각해본다.
마흔이 다된 남자가 외롭다는 것은 가난하다는 것일까?
이해받지 못하는 마흔살의 가슴앓이는 가난일것 같다.
영혼의 가난함.
사랑이 흔적없이 증발해버린 곳에
아내는 타인처럼 누워있다.
나 여기 있다고 속살거려도 아내는
듣지 못한다.
예전에 숨소리만으로도 아내는 척척
남편의 느낌들을 알아냈다.
아내는 남편의 손길을 기다리지 않는다.
아내는 긴 잠과 아이와 돈이 전부다.
오래 오래 밤길을 방황하다
새벽 이슬에 취해 돌아오면
아내는 너무나 평화롭게 잠들어 있다.
공허하게 울리는 아파트 초인종 소리가
남편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남편은 가진것이 아무것도 없다.
허름한 얼굴에 맞는 나이가 있고,
구김 진 옷에 묻어나는 은색 머리칼만... .
남편의 외로움은 그런것일까?
긴 방황의 흔적처럼 반듯하지 못한
푸석한 남편의 얼굴을 가슴속에서 안는다.
마흔이 낼모레인 남편이
봄 황사가 되어 알알이 나를 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