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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 일기 <춘천 기행>


BY 나수다 2000-04-05

올해도 식목일에는 춘천에 다녀왔다. 휴일에 무얼할까 생각하고 계획할 필요없이 가족 모두가 당연히 함께 해야할일로 여길 일이 있다는 것이 어느 면에서는 참 좋은것 같다.

벌써 이렇게 식목일에는 가족 모두가 함께 춘천 가는일을 한지 가 올해로 다섯번째, 그러니까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지 벌써 5년째가 되는 것이다.
자주 오가는 경춘가도인데도 매번 변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자연의 변화는 아니다. 자연이 뭐 그리 변화가 많이 있겠는가, 새로 생기는 야외 음식점, 휴게소, 특히 눈길이 가던곳은 대성리에 역 맞은편에 세워진 번지점프시설 이었다.
열심히 새로 생기는 시설 눈여겨 봐두고 기억했다가 이용하며 사는 극성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왠지 늘 한결같은 경춘가도의 멋스런 매력이 편하고 좋게만 느껴졌다. 춘천의 막국수도 먹을수 있다는 아이같은 기대도 해보고.
산소 자리까지도 내게 적당히 오며가며 즐거움을 느낄수 있게 배려하고 돌아가신것 같다는 생각이 오늘도 들었다.

작년 식목일에 심은 나무는 제법 자라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 산소에 삐져나온 잡풀뽑기를 흉내내는 나의 두 아이들이 그 나무보다 더욱 기특하게 자라고 있으니 그모습 보시면서 정말 흐뭇 하셨으리라. 젊게 할머니 되시고 일찍 세상 떠나신거 가슴 저리게 아팠지만 우리 네식구에 나의 아빠까지 함께 행복한 모습으로 갈적마다 지하에서나마 행복하시리라 위로한다.
9살난 딸이 아버지에게 하는말 "할아버지,할머니가 그리우시죠?"
모두가 웃었다. 하지만 9살 손녀가 딸네미보다 할아버지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것 같다. 엄마가 돌아가신후 사위와 함께 사는 아버지의 마음이나 입장을 생각하며 아빠의 외로움이나 기분을 생각해 본적은 별로 없었는데~~ 정말, 오늘은 엄마 산소의 잡초 뽑는 아빠의 모습이 허전하고 쓸쓸해 보였다.
그것도 잠깐 황사 바람에 춥고 배고프고 언제나 그렇듯 철없이 빨리 가자는 것도 역시 나였다.

물론 다음 코스는 춘천 별당 막국수 먹으러 가는것.
그집과 나만의 또 특별한 인연 한가지.
아주 오래전 여고시절 친구 아빠가 춘천댐에서 근무 하실때,친구덕에 태어나서 처음 춘천 이란곳에 구경도 가고 그 유명한 막국수도 사주셔서 먹어본 곳이었는데 세월이 흘러흘러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고 친정엄마 요양차 모시고 똑같은 자리에 앉아 막국수를 먹으며 엄마에게 그때 여고시절 왔던 기억을 이야기 했었고 이젠 엄마도 떠나셨지만 또 똑같은 자리에 나의 아이들과 앉아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고 있다.

엄마와 딸에 대한 사연이 많고 많다지만 나또한 그리 간단치 않은 사연인지라 춘천 가는 동안은 많은걸 생각하게 한다.
늘,울엄마 화나시면 "둘도 말고 너 같은 딸 하나만 나서 속 썩어 봐라" 하셨는데 사실 내심 걱정이다.
하지만 지금도 간혹 예전 엄마의 모습이 지금 나이고 예전 나의 모습이 지금 나의 딸의 모습임을 느낄때는 어쩔수 없는 대물림의 모전녀전을 거부할수 없음을 깨닫곤 한다.
엄마가 내게주신 만큼의 특별한 희생적인 사랑을 주는 엄마가 될 자신은 아직도 없다. 그저 내엄마가 전해주고 가신 사랑만큼은 못되더라도 좀더 현명한 사랑을 베풀줄 아는 엄마는 되주고 싶다. 그래야 나도 죽어서라도 식목일에 나무 심어주고 외롭지 않게 ?아 줄것 아닌가. 후후 이젠 정말 딸이 아닌 엄마 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