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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엄마!!
작가명 : 깜부기 조회:2421 감동하트: 0 댓글:0건 2003.10.20

 울 엄마의  술

 

밤 열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집에는 아버지만 안방에서 조용히 텔레비전에 빠져 있었다.  회사에서 퇴근을 해 막 외출복을 벗고 있을 때였다.

  “딩동딩동.”

  그러고 보니 아직 엄마가 들어오지 않았다.

  “응 엄마야, 문 열어.”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열자 거기에는 거나하게 술에 취한 엄마가 벽에 손을 짚고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하고 우리 공주님 와있네. 쿠욱,”

  “엄마 웬일이야,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

  “그래 살다 보니 쿠욱, 술 마실 일도 다 있다. 세상이 술 안 먹고는 못 배기게 만드네. 차암. 딸꾹.”

  “왜 그래 엄마.”

  엄마는 연신 딸꾹질을 해대면서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16층 치학이 말이다. 얼마 전에 치학이 수능 봤잖니? 그런데 으큭, 글쎄 한국대 넣었는데 떨어 우쿡, 져었단다. 운도 없지. 걘 어려서부터 수재 소리도 들었는데 말야. 치학이 엄마가 여간 신경 썼냐?  응. 그걸 보고 있자니 부녀회장인 이 엄마가 그냥 보고 있을 크윽, 수가 있어야지. 아무리 안 그렇니 해도 여자와 남자는 다르잖니?”

  엄마가 벌써 누구를 빗대놓고 그런 얘기를 하려는지 다 안다. 치학이는 내 친구였다. 치학이 엄마는 치학이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 싸고 밤늦게까지 잠도 안자고 발을 동동구르며 치학이를 기다리고 추울세라 더울세라 온갖 정성을 다 했고 찬바람이 선뜩선뜩하는 날이 되어도 치학이 엄마는 골목길 가로등 아래 그 늙고 조그만 몸으로 밤늦도록 치학이를 기다렸다. 나이 사십에 어렵게 얻은 외아들이었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치학이의 실망도 이만저만 아니었겠지만 치학이 엄마는 치학이 보다 더 크게 낙담하였다.

   여자는 그래도 남자만 잘 만나 시집만 잘 가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낮에, 치학이 엄마가 집에 와서 하소연을 하더라.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쿠욱, 얼마나 안타깝냐. 여자야 뒤웅박 팔자라고. 남자 잘 만나면 그만이지만 남자는 어디 크윽, 그렇냐?”

  엄마의 입에서는 술과 함께 발효되어 가는 음식 냄새가 불쾌하게 코를 찔렀다.

  “그래서 내가 그냥 크윽, 한턱 쏴버렸다. 대학이 뭔지, 응  안 그렇냐? 대학이 뭐간디 거기다 그렇게 목을 매다는지 모르겠다.”

  “그러게 말이야. 그늠의 대학이 뭣이간디 우리 마누라가 술을 마시게 만드냐고.”

  “아이구. 당신 안즉 안주무셌수?”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아버지가 어느새 엄마 곁에 와서 부축을 했다.

  “아빠 엄마 좀, 아이고 무거워라.”

  “아니 그래도 그렇지 뭣 하러 이렇게 많이 마셨남?”

  “아빠 자리 좀 봐주세요. 엄마 뉘게.”

  “응 그래라. 원, 많이도 마셨다.”

아버지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깔았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이 끝나면 붕어빵이며 군고구마, 군밤 어묵 등을 사와서 엄마와 같이 나눠먹곤 했다. 그런 아버지의 머리카락이 어느덧 희끗희끗 해졌다.

  엄마는 아버지가 깔아 놓은 자리에 누워 금세 잠이 들었다.

“몸을 좀 생각하면서 마셔야지. 원. 만날 젊은 줄 알어?”

  아버지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열린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아버지의 손에 들려져 나온 것은 엄마의 양말과 겉옷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침대에 누워 잠이 들려는 시간에 문소리가 나고 갑자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어, 괜찮겠어?”

  “우웩, 켁켁……괜찮아요.”

  뒤이어 쿵쿵쿵, 등짝 때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활짝 열린 화장실에서 엄마는 하얀 변기를 붙들고 변기통에 음식물을 잔뜩 게워내고 있었고 아빠는 엄마 옆에 쭈그리고 앉아 엄마의 등짝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러게 남의 일에 너무 참견하지말래니까. 쿵쿵쿵, 어째 약 사올까?”

  “됐어요. 으윽.”

한참이나 화장실에서는 두런두런 소리와 함께 콩콩콩, 등짝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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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네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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