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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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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싸우는 것이 좋다.


BY 낸시 2021-09-05

정식 소송을 하기 전 변호사를 대동하고  화면을 앞에 두고 협상이란 것을 해보기로 하였다.
화면에 상대편 변호사, 또 다른 변호사 그리고 분쟁 중인 김목사가 보였다.
우리 편에는 변호사 한 명, 나 그리고 딸이 있었다.
처음 화면에 참가한 사람들 얼굴만 비치고 대화는 주로 변호사끼리 이어졌다.
상대편 변호사 둘 중 하나는 한국 사람 같았고 또 하나는 경험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백인 남자였다.
아마도 말싸움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백인남자를 앞세우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그 남자를 고용하지 않았을까 짐작되었다.
그 백인 남자 변호사의 태도는 자기네가 원하는 바를 통보하는 수준이었지 타협하고 대화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를 무시한다는 것과 무례함은 화상으로도 충분히 전달되었다.
물론 타협은 결렬되었고 소송전으로 가기로 하였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세치 혀를 잘못 놀려 화를 자초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 남편과 나눈 대화가 있다.
"여보, 김목사가 끝까지 돈을 안주고 버티면 어떻게 할까?"
"그것을 죽이겠어, 살리겠어. 그냥 포기하고 말아야지."
"그렇지?, 김목사네 가족 먹고 살게 되었으니 그것을 보람으로 여기고 말아야겠지?"
김목사가 식당은 잘 운영하고 있으니 그것을 다행으로 알고 끝낼까 하는 맘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다.
계약을 연장하게 해달라는 김목사 말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고 그렇게 하자고 한 것은 말이나 던져보자는 생각이었을 뿐 받을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던진 말에 김목사의 대답은 정말 뜻밖이었고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김목사는 자기가 우리에게 줄 것이 없다고 하였다.
우리는 받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편은 줄 것이 없다하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무슨 이해 못할 소리냐고 했더니,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그냥 줄 것이 없다고 한다.
미안해 하는 기색도 없고, 마치 내가 억지를 쓴다는 듯 짜증 섞인 말투였다.
결국 변호사를 찾게되었고 김목사가 우리 식당 이름을 자기 것인 양 등록까지 마쳤다는 것을 알았다.
식당 이름을 자기 것으로 등록했으니 식당 이름과 메뉴를 쓰는 댓가로 지불하는 돈을 줄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구나, 비로소 이해되었다.

김목사가 한 말은 이해되었지만 이해되었다고  그 말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훔쳐간 것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사람에게 그래 훔쳐갔으니 네것이 맞다고 할 만큼 나는 바보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다.
이미 변호사를 만나보고 김목사가 우리 식당 이름을 자기 것으로 등록한 것을 알았지만 모른 척 김목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도대체 줄 돈이 없다고 한 이유가 뭐냐?"
김목사는 그것에 대한 답은 없고 미안하다고 자기가 정신이 잠깐 나갔나 보다는 투로 답장을 보내왔다.
지금은 돈이 없어 못 주지만 주겠다고도 하였다.
아마도 시간을 끌어보려는 심사 같았지만 이미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말이다.
돈을 준다는 말도 말짱 거짓말인 것을 이미 충분히 알았다.
주위 여기저기에 김목사에게 돈을 못 받았다는 사람이 수두룩이다.
심지어 식당 소독업체도 소독은 했는데 돈을 안준다고 우리에게 하소연이었다.
납품업체하고도 실갱이가 있었다고 거기서 일하다 온 이가 일러주어 알았다.

그런 김목사가 변호사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살 돈은 어디서 났을까?
우리하고 타협할 맘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면 식당 이름 등록한 것 취소하고 타협하려 나오지 않았을까?
변호사의 태도로 보아도 충분히 김목사 마음이 짐작된다.
타협을 원했더라면 그렇게 공격적인 변호사를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김목사 말도 이해되고 그 마음도 짐작되는데, 참 모를 것이 내 마음이다.
김목사의 태도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고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마치 사냥하기 딱 좋은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개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우리 쪽 변호사는 딱 내 스타일이다.
침착하고 말이 많지는 않지만 요점은 잘 파악한다.
변호사 말로는 김목사가 가진 식당 둘 중 하나는 뺏을 수 있고, 다른 하나도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원래 싸움을 즐기는 싸움꾼이다.
공격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는 않는다.
싸움이 시작되면 무섭기보다 즐거워진다.
그리고 싸워서 상대방을 납작하게 한 기억은 많지만 진 기억은 별로 없다.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내 본능에 충실해서 싸워볼 생각이다.
나이도 들었고 나이 값을 해야하니 너그럽게 살아보려했더니 김목사가 싸우자고 덤빈다.
그래, 더 나이들기 전 한판 붙어보자.
내가 원래 싸움을 즐기는 사람인데 오랫동안 그 본능을 누르고 살았더니 나도 근질근질하던 차에 마침 잘되었다.
어쩌면 내 인생 마지막 싸움이 될지도 모르는데 최선을 다해봐야지.
갑자기 온 몸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