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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걷는다


BY 오늘풍경 2019-06-18

연희동에 다녀왔다. 유퀴즈언더블록이라는 예능프로 과거 방송분을 주말에 이어 어제까지 시청하다가 우리집과 가까운 곳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성지순례 하듯 다녀왔다.
내가 잘 알고, 자주 다녔던 곳이 방송에 나오면 이 나이를 먹어서도 마냥 신기해서, 아! 저기 거기! 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연희동은 걷기운동하러 가기 까지는 살짝 먼거리이나 지난 달 남편과 골목투어 하듯 여기저기 걸어다니면서 알게되었다. 야트막하지만 산책하기에는 충분한 궁동산도 있고 그 아래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의 동네가 치맛자락처럼 쫘악 펼쳐져 있다. 홍대 인근 핫하다는 연남동과 같이 젊은이들이 이쁘장한 가게들을 찾아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다.
개천을 따라 걷는 걷기 운동을 하다가 요즘은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오늘 연희동 걷기 투어는 방송을 떠올리며 걸었기 때문에 특별히 만족스럽다.
 퀴즈를 풀겠냐는 유재석과 조세호의 질문에 "안합니다!"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던 에피소드의 샤넬미용실도 보고, 조세호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사진 찍었던 개그림 벽화도 핸드폰으로 찍어왔다.

계속해서 바쁜 삶이 지속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어른이 되니깐 숙제도 없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도 되는 한가한 시간을 맞을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내가 하는 일도 성수기,비수기가 있는데 지금은 회원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비수기 시즌을 보내고 있다. 연말연초에 신규회원들이 몰아치면 서서 밥을 먹을 정도로 정신이 없고 쉬는 시간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시체처럼 누워서 쉬기만 해야할 때도 있다. 반찬 만드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반찬가게를 많이 이용하는 때가 이때다. 그러다 새학기 지나고 방학 앞두고 있는 요즘은 회원들도 안정적이고 신규회원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여유있게 오전시간을 보내게된다. 말하는 것도 정신적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을때는 아무래도 몸을 쓰는 것이 균형이 맞아서 걷기 운동을 하는데 최근에 걷는 거리와 시간이 많이 늘었다.

이런저런 운동을 해 봤지만 나이 먹을수록 걷기 운동이 가장 편하고 만만하다. 매스컴에서 걷기운동이 만능인것처럼 떠들어댄 것도 한 몫한다. 유산소운동을 해서 지방도 좀 태우고, 근력운동으로 근육이 빠지지 않게 관리해야하기도 하고, 요가같은 운동으로 관절이 굳지 않도록 유연성을 길러야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저 편안한 복장에 모자하나 꾹 눌러쓰고 아무 생각없이 걷는 것이 머리 비우기에도 그만이고, 장시간 운동했다는 만족감 측면에서도 가성비가 좋다. 전신운동이라고 하니 관절 운동도 될 것이고, 걸으면서 근육도 쓸테니 근육운동도 될 것이고 속보로 걸으면 숨이 차니 유산소 운동도 될 것이라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 그만이다.

걷다보면, 이 '걷는' 일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할 때까지 계속되겠구나 하는 약간은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깨도 굳어서 잘 안 돌아갈 때가 있고,허리도 지나치게 쓰면 뻣뻣해지는 나이가 되었다. 배는 왜 이렇게 나오는지 내가 내 배를 봐도 혐오스럽다. 목 돌리기 운동을 하면 우두두 소리가 나고, 혈액순환이 안되는지 여름이면 발바닥 열감으로 고생을 한다. 때때로 턱관절이상인건지 인후염인지 귀와 목으로 연결되는 ㄱ자모양으로 아플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피로회복제나 소염제로 대충 떼우고 그저 잘 먹고 잘 자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한 때 건강염려증이 있었으나 위내시경하다가 위벽을 긁혀 심한 고통에 시달린 이후는 병원기피증이 생겼다. 자궁과 유방쪽으로 여성들 질환이 거의 유행처럼 흔한데 제대로 검진도 안하고 있다. 유방쪽 병은 나처럼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한테 확률적으로 많이 생긴다고 하는데 걱정만 할 뿐 별 신체적 통증이나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무섭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막연한 사람인지 스스로도 잘 몰랐다.

그저, 가끔 '걷기운동'한다는 것으로 모든 건강관리를 퉁치고 있다. 남편은 워낙에 시집쪽으로 건강하고 장수하는 집안이라 그거 하나 믿고 또 퉁치고 있다. 아무리 조심하고 병원 자주다녀도 타고난 건강 유전자가 결국 노후질환을 결정한다는 믿음도 나의 안일함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이 '걷기'에의 맹신과 강박으로 다리가 성한 날까지 걷게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유일한 취미이자 노력이 될지도. 그나마 이것도 여러 삶의 짐때문에 일과 가족에 매여서 못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실천해야겠다.


 
오늘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