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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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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게


BY 오늘풍경 2019-06-12

그르니까...
오늘 아줌마가 어떤 중학생이랑 통화를 했어..
뭐 하고 있었냐고 물었더니 친구들이랑 카톡을 하고 있었다고 하네.
여덟 명이 단톡방에서 하교 후 거의 매일 이야기를 나눈대.
친구들 얘기도 하고 선생님 얘기도 하고 시험 걱정도 한다고 하더군.
그 여덟 명이서 얼마나 행복한 말장난들을 칠 지 너무 너무 상상이 되는거야.
ㅋㅋㅋㅋ도 많이하고
존나 웃겨 ㅋㅋㅋ 도 많이 칠거고
아, ..존나 재수없어.. 이런 말도 많이 할거고
그들만의 유대감, 공감대, 연대의식으로 똘똘 뭉쳐서 얼마나 유쾌하고 즐겁겠어.
아줌마도 생각해 보니까 친구들이랑 어울려 장난치고 선생님 욕하고 그럴때가 참 즐거웠던거 같애.
별것도 아닌 일에 낄낄 거리고
길에서 사먹는 떡볶이도 너무 맛있고.
잘 생기고 공부 잘하고 어쩌다 한마디 툭 던져는데 뭔가 있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으면 흠모도 하고 말이야.
마음껏 상상하고 꿈꾸고 그랬던 시절.

또 다른 아이한테도 지금 뭐하고 있었냐고 물었더니
학교 다녀와서 간식을 먹고 있었대
뭐 먹냐고 하니까
과자를 먹고 있었다고 하네.
선생님도 다이제라는 과자를 좋아한다고 말해줬어.
그리고 과자는 정말 맛있는 거지만 살찔까봐 조심하게 되는 간식이라는 이야기를 나눴어.
너는 학교 다녀와서 가방 던져놓고 가장 먼저 뭘 했을까?
냉장고문 활짝 열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멸치볶음이랑 계란 꺼내서
계란으로는 후라이를 해서는 좁은 식탁에 걸터 앉아
허기진 배를 달래지 않았을까?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말이야.
교복도 안 벗고.

남학생하고도 통화를 했는데,
이 친구한테는 몇시에 자고 몇시에 일어나냐고 물었어.
잠은 한 11시 반에서 12시에 자고
아침에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날이 두 번 있고, 다른 날은 7시 30분에 일어난다고 했어.
4시 30분에 일어나는 중학생도 있냐고 물으니까
자기는 한부모 가정이라 엄마가 새벽에 출근하는 날이 두 번 있는데 그 날은 엄마랑 같이 일어나서 엄마는 출근하고 자기는 근처 할머니네로 가서 남은 잠을 자다 7시 30분에 일어서 세수하고 학교에 간다는거야.
이 아이의 엄마는 아들이 혼자 자도록 두는 것이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아들 혼자 아침밥 차려먹고 학교가는 것이 너무 짠해서 할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가게 하기 위해서 그랬을까.
어둑한 새벽에 엄마랑 같이 졸린 눈을 비비며 할머니네로 가는 이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까,
또 스스로 '한부모가정'이라고 말하게 하도록 쓸데없는 것을 물은 것 같아서
아줌마 마음이 참 안 좋더라고.

불행한 청소년들이 있어.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평범한 친구들과는 다른 가정환경으로 마음은 자꾸만 그늘지는데 아닌 척, 의연한 척해야하는 학생들이 있지.
그런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아줌마도 아주 잘 알아.
너는 어땠을까.
차가운 바다에 잠기면서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마음으로 살지 않아도 되니까 안도의 마음을 가졌을까.
아닐꺼야.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렸겠지.
친구들,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선생님......그리고 너 자신.

아줌마가 오늘 김연수작가의 <다만 한사람을 기억하네>라는 소설을 읽고,
너한테 참 미안하더라.  아줌마도 사실 노란색,,,리본...피로감이 많았어.
4월 그날이 되어도 무감각했어.
기억이 무슨 소용이랴 싶었어.
미안하다.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