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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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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종 썰어~


BY 오늘풍경 2019-05-21

요즘 '말'로 살림을 하고 있다.
남편이 휴가중이라 시간이  많을때
된장찌개 끓이는 법, 세탁기 돌리는 법, 운동화 빠는 법 등 집안일을 가르치고 있는데,
바쁜 회사일 때문에 밥상 차리는 것외에 집안일을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남편은 영 감이 안 잡히나보다.
그런데 나 역시 말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설명하는게 생각보다 어렵다.

운동화를 빨때도, 발등을 덮는 그 큰 개혓바닥 같은 것을 뭐라고 표현해야하는지,
세탁기 기능 역시 손에 익은대로 하다보니 표준모드, 울세탁 모드, 헹굼 몇 번 등을 기억해서 설명하는게 의외로 헷갈린다.
가장 애매한 표현이 야채를 썰때, 야채 모양을 표현할 때다.

반달의 반으로 썰어라!
고추는 종종종 썰어라!
어묵볶음 할 때는 손가락 길이로 채를 썰어라.
양념장할 때의 파는 기둥을 4등분해서 눕힌 뒤에 종종종 썰어라!
표고버섯은 끄트머리 딱딱한 부분을 제거 후 균등하게 4등분 해라.
배추는 대가리 부분을 뭉텅 잘라서 낱장으로 씻어라.


그러고 보니, 청소나 설거지, 밥 안히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으나
국과 반찬을 만드는 일은 디테일한 설명이 필요하다.

어제 아침에 된장찌개를 나는 말로, 남편은 손으로 끓였는데 애호박의 두께가 영 얇았다.
오늘은 다시 설명해주면서,

"어제보다 두껍게 썰어~"
했더니, 너무 두꺼워서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원하는 두께를 설명하는 게 참 어렵다.

입 아프니 차라리 내가 하고말지 하다가는 남편과 주방일이 점점더 멀어질 것 같아서,
작정하고 해 보게 하는 중이다.
그래야, 혹시라도 혼자서 밥을 해 먹어야하는 상황이 생길 때
라면에 햇반, 자장면 배달, 컵라면에 김밥만 먹는 일이 없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주방에 서서 야채를 씻고, 썰고, 국을 끓여서 한 끼를 해 먹는 일이 막상 하면 별 거 아니라는 것을,
반찬가게에서 사먹는 반찬들이 막상 해 보면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남편이 잘 알았으면 좋겠다.
잘 해 먹길 바란다.

소박한 밥상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안 해 봤던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자장면과 덮밥은 성공적으로 잘 해 먹는 것 같았으나 (나 일할때) 밀전병은 밀가루를 부쳐 놓은 것들이 들러붙거나 뭉개지거나 다 터져버려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요즘은 레시피가 잘 나와 있다지만, 막상 남자를 주방까지 가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해 먹는게 별로 어렵지 않다는 인식인 것 같아서, 입 아프게 떠들고 있는데,
6월이 되기 전에 남편이 이 마인드를 꼭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