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Bad Fathers 사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BY 낸시 조회 : 522

좋은 기억 나쁜 기억



얼마 전 우리 식당에서 일하다 그만 둔 이가 있다.
일하러 오기 전 이미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디 가서도 오래 일하지 못한다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같이 일하게 되었다.

부모가 일찍 돌아가시고 남의 집에 양녀로 갔더란다.
양어머니가 학교도 안보내고 일만 시켜서 고생스럽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한다.
한 두번은 그런가보다 했는데 계속 그 이야기를 하니까 듣기가 힘들었다.
들어보면 고생스럽고 힘들었다는 일이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나도 대부분  겪은 일들이다.
나라 전체가 가난했으니 어린아이들도  나서서 모두들 힘들게 일해야 했던 시절이다.
우리가 살던 시골에서는 친부모랑 살아도 가난해서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사람이 수두룩했다.
그런데 양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자기만 특별히 겪은 불행이라고 주장한다.
결론은  그러니까 불쌍한 자기에게 잘하라는 말로 들린다.
아이도 셋이나 낳아 길렀고 나이도 육십이 넘었는데, 어릴 적 불우했던 일을 계속 떠올려 어쩌자는 것인가...

어쨌거나 나야 일꾼이 필요한 사람이니 잘하려고 노력한다.
자기가 나를 일찍 만났더라면 자기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한다.
자기에게 밥을 해먹인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도 한다.
신혼처럼 달달했던 시간이 지나고 슬슬 내게도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주문 받는 마르코스에게 내가 너무 잘한다는 것이다.
왜 잘하느냐 묻기에 그냥 내가 이뻐하기로 정했다고 하니  그것이 못마땅한가 보다.
자기가 한 곳에서 오래동안 일을 못한다고 내게 전해 준 사람이 누구냐고 따진다.
오래 같이 일해서 그런 말 한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전한 이야기였는데 그것이 누구였냐고 따지니 난감하다.
일러주면 달려가서 그 사람들하고 싸움이라도 벌일 기세다.
그 사람들이 남의 험담이나 하는 나쁜 사람들이고 자기는 피해자일 뿐이라고 한다.
자기 이야기를 좋게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이 도시를 떠나겠다고 벼르기도 한다.
결국 그 사람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고  일손을 놓고 화를 내기에 이렇게 말해버렸다.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내 일에 방해되니 가려거든 가. 너도 나랑 다른 사람 흉 많이 봤잖아. 내가 가서 그 사람들에게 네가 그러더라고 전하랴?"
"언니, 내가 없는 말 했어요?"
"그러면 그 사람들은 없는 말 했냐? 시비하지 말고 가려거든 빨리 가."
그렇게 그 사람은 떠났다.

다른 식당을 하는 이가 놀러와서 자기네 식당에도 비슷한 사람이 와서 일하는데 힘들다고 한다.
아버지는 네 살 때 죽고, 어머니는 그 다음해 재혼해서 할머니 손에서 자란 사람이란다.
그 사람 역시도 현재 자기 불행이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 탓이라고 주장을 한단다.
우리 식당에서 일하던 이와 비슷하다고 했더니 맞단다.

중학교를 다니다말고 양장점 시다 노릇을 한 적이 있다.
새벽 4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을 했다.
내가 하는 일은 오층빌딩 옥상에 있는 공장과 일층에 있는 양장점 사이를 오가는 심부름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딩 계단을 하루에 수십번을 오르락내리락 해야했다.
실사러 단추사러 시장을 다니는 것도 내 일이었다.
다리가 너무나 아파서 엉엉울면서 계단을 오르고 내려다녔다.
연탄 다리미를 쓰던 시절이니 여섯개나 되는 연탄화덕에 연탄을 가는 것도 내 일이었다.
연탄가스로 인해 누런 코가 코를 막아 하루종일 숨쉬기조차 불편했다.

그런데 나는 그 일을 내 인생 최고의 축복으로 여긴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까짓 것하면서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 누구에겐 축복일 수도 누구에겐 저주일 수도 있다.
무슨 차이일까...
나는 좋은 부모와 형제를 만나 행복하다고 말하길 즐긴다.
그럴까...
정말 우리 부모와 형제는 늘 좋기만 했을까...
기억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과 기억하고 있는 일은 얼마든지 다를 수도 있다고 한다.
같은 일도 어떤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를 위해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을 많이 갖는 것이 좋다는 거다.
그렇다면 굳이 나쁜 기억을 떠올릴 이유가 없다. 
나쁜 것은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하면서 살고프다.
아니면 같은 일이라도 좋은 면만 바라보며 살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