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여러분들은 초,중학교 아이들의 화장 어떻게 보이 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BY 낸시 조회 : 757

미투1

중학교 때 일이다.

정규 중학교도 아니고 가난해서 정규 중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주로 다니던 고등공민학교였다.

학비가 싸고 선생님들도 주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영어 선생이 둘이었는데 그 중 젊은 선생은 발육이 빠른 여학생을 유독 이뻐한다는 소문이었다.

 

그 날 나는 시내버스 차장에게 받은 구겨진 거스름 돈을 정리하고 있었다. 

백원을 내고 차장이 주는 거스름돈을 받아 셀 사이도 없이 주머니에 구겨넣었기에 다시 세기도 할겸 책상 위에 꺼내놓고 있었던 것이다.

지나가던 영어선생이 그것을 보더니 내게로 다가왔다.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책상 위의 돈을 집어 내 교복 상의 속에 집어 넣었다.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더니 다행히도 그 돈이 앞쪽 아닌 등쪽으로 들어갔다.

영어선생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나갔지만 나는 불쾌하고 수치스러움을 참기 힘들었다.

 

그 날 영어 수업이 있었다.

단어 시험을 보았다.

성적이 좋지 않다고 단체 기합을 준다고 교사 뒤로 모이라했다.

겨울이었다.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땅에는 아직 눈이 쌓여있었다.

눈 밭에 맨 손으로 엎드려뻐치기를 하고 있으니 손가락이 금방 퉁퉁 부어올랐다.

영어선생은 엎드려뻐치기를 시켜놓고 우리 엉덩이를 매로 때렸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성적인 가학취미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혹 아니었을까...싶다.

그 날은 정말 재수없는 날이었다.

오후에 다른 과목 선생님이 결근을 했다고 영어 수업이 한시간 더 들어있었다.

 

고등공민학교는 한 한급 학생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더구나 삼년 과정을 일년에 마치게 해준다는 속성반 학생 수는 더 적었다.

내 기억에 모두해서 그날 출석한 아이가 열명도 되지 않았던 듯 하다.

점심시간이었다.

"야,... 우리 토끼자"

아침에 있었던 불쾌하고 수치스런 기억과 수업 시간의 체벌에 화가 난 내가 아이들을 부추겼다.

체벌은 단체기합이었으니 모두들 내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깡충깡충 뛰어서 집으로 간단다."

노래를 부르면서 모두 달아났다.

 

그 뒤 나는 학교 다니기를 포기했다.

담임 선생님이 친구 편에 편지를 보냈다.

일단 학교로 와서 자기와 이야기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담임 선생님을 만나 영어선생을 바꾸어주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아무리 달래어도 싫다고 버텼다.

삼월이 되어 새학기가 시작되면 다른 영어선생 반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타협을 했다.

담임선생님은 약속을 지켰다.

 

요즘 미투 물결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

어쩌면 대부분 여자들이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일이 아닐까...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그저 쉬쉬하고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니 보이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좋은 담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영어선생으로 인해 나는 중학교를 다니다 그만두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가해자도 피해자도 그 주변 사람도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피해자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워도 다른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피해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주변 사람도 내가 만났던 담임선생님처럼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노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